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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명절 되세요

한정애입니다/한정애 단상

by 한정애 2013. 2. 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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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매서운 강추위가 몰아치기 전 며칠은 그야말로 봄기운마저 물씬 풍긴다는 착각이 들 만큼 아주 따사로운 나날이었습니다. 한낮에 볼일이라도 있어 차라도 타고 나가볼라치면 차창 밖 풍경은 그야말로 눈 쌓인 봄날과도 같았습니다. 주위에 쌓여 있는 눈 더미들만 없었다면 벌써 봄이 온 것인가 싶을 정도로 햇볕은 완연한 봄볕이었습니다.

그때 잠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던 생각 하나. “겨울이 항상 이 정도 날씨였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의 저편에는 팍팍한 삶에 대한 고단함도 묻어 있음이 사실입니다. 요즘 같은 때 누구라고 힘들지 않겠습니까? 들려오느니 죽겠다는 아우성이요, 못살겠다는 탄식뿐입니다.

그런데 더 암울한 것은 이런 극단적일 것 같은 오늘의 현실이 정말 극단이 아니라는 사실이지요. 오늘 보다 더한 참담한 삶이 저 편 어딘가로부터 오고 있다고 하니 오늘을 버티기가 더더욱 힘든 이유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소식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들입니다. 전 세계가 지난 30여년 미쳐있었던 탓일 겁니다. 그 영향을 지금 우리도 받고 있는 중이고 말입니다.

아무런 사회적 안전망 하나 없이 '능력껏 알아서 살아라' 라고 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 수 없습니다. 또한 그런 현상을 당연시 한다면 그가 아무리 진보스러운 발언을 한다 해도 그는 진보일 수 없습니다.

능력껏 살아야 하는 사회, 그 이면에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대리인으로 그릇된 선택을 한 대의민주주의 사회의 유권자들의 잘못 또한 분명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결과로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패자부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패자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요? 사회가 점점 삼각형의 모양을 그려가고 있다고 하는 요즘, 그 삼각형의 정점에 서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두 패자인 것일까요? 그렇지 않나요? 다들 기득권층으로 가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거기서 탈락하면 패배자가 되고 마는 것이 현실 아닌가 싶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입니다. 사람이 존중 받는 사회. 많은 이들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사회. 실패가 죄악이 아니라 좋은 경험일 수 있는 사회.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한번의 실패를 패배로 보는 '패자부활'의 사회가 아니라 가다가 몇번이고 새롭게 인생을 고쳐 그려볼 수 있는 '새출발이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명절입니다. 명절은 만남입니다. 가족과의 만남, 친척과의 만남, 그리고 이웃과의 만남. 이제는 단순히 산다는 것을 넘어 만남과 교류가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삶과 연대, 만남과 교류가 지치고 길 잃은 많은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것입니다. 어디서 무슨 일에 종사하건,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본인의 능력껏이 아닌 다같이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면, 그런 당신이 진정한 진보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행복한 명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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