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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독도방문 이후

한정애입니다/한정애 단상

by 한정애 2012. 8. 1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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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 양국간 여론이 아주 뜨겁습니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여론 역시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그 진의 파악에 분주합니다.

그런 탓이었을까요? 앞선 글 'MB의 독도방문'이 많은 분들로 부터 관심을 받았습니다. 글 내용에 찬성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부정적으로 평가해 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MB의 독도방문 이후를 준비해 봤습니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갑작스레 독도 방문을 추진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진실은 몇몇 사람만이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진실에 접근해 있는 본인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한, 우리는 추론을 통해 그 의도와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예측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워낙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그 이후에 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역시 앞서 좋은 말씀을 해 주셨던 전문가와의 의견 교환을 중심으로 기술 하겠습니다. 일부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만, 내용 전체를 소개토록 하겠습니다.

"흥부의 방안입니다. 부러진 제비의 다리를 열심히 붕대로 감아주고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정성을 다해 치료를 한 후 제비를 하늘로 날려 보내 줍니다. 놀부의 집 마당입니다. 역시 똑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부러진 제비의 다리를 열심히 치료해 주고 치료가 끝나자 하늘 높이 날려 보내 줍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흥부와 놀부 중 일부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단순히 행위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둘 다 감동적인 장면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 일어났던 일의 전말을 알게 된다면 생각은 분명 바뀌게 됩니다."

차 한 잔을 마주한 채, 아주 쉬운 예를 들어가며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MB의 독도방문을 놓고 벌이는 찬반양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독도방문이라는 결과만을 갖고 얘기하자면 저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지난 대화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의 앞과 뒤를 유추해 보니 쉽게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점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말씀도 이미 드렸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의 대부분이 결과만을 갖고 얘기하자고 합니다. 그 의도하는 바에 대해서는 결과가 맘에 드니 다른 것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그렇습니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국민이 66%나 된다고 합니다. 국민의 다수가 찬성을 하고 있다는 얘긴데, 그렇다보니 문제는 의도가 수상하다고 대 놓고 의혹론을 제기하기 또한 쉽지 않다는 사실일텐데요.

"맞습니다. 바로 그 부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분들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이거 대 놓고 잘못했다고 반대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야당이든 시민단체든 진보진영이든 그랬다가는 보수언론과 보수세력들의 심한 반발을 사게 될 테니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한국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이 반발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독도방문에 무조건적으로 찬성하는 분들과 일부 보수세력이 반대하는 세력들을 향한 반발이 예상되는 그런 형국입니다."

예, 많은 분들이 고민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독도방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닌데, 자칫 그렇게 이해될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지요. 문제는 지금까지 대통령이나 정부가 그런 의지 섞인 정책을 꺼내 보인 적이 전혀 없다가 지금 와서 갑작스레 대일 강경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고요.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입니다. 이게 사실 지금까지 일본정부가 주로 써먹던 수법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정부는 패전이후 보수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써 왔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영토분쟁과 역사문제 · 야스쿠니 신사참배 · 교과서 왜곡 등을 통한 주변국과의 갈등 조장이 위치해 있었고요. 이렇듯 끊임없는 주변국과의 갈등 조장과 보수이념 전파를 통해 보수세력의 결집을 도모했습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일차적으로 일본 내에서 진보정치를 표방하는 정당이 완전 몰락했다는 사실을 들 수 있겠는데, 그래서 이제는 민주당과 자민당이라는 보수 양당 체제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사민당이나 공산당은 거의 몰락 수준에 몰려 당의 존립마저 희미해져 버린 상태입니다.

게다가 자위대의 해외파병은 물론 유사법제의 현실화, 야스쿠니 문제와 왜곡 교과서 문제 등에서도 더 이상 밀리지 않을 만큼의 힘도 키웠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일본정부가 걸어온 가시밭길(?)은 참으로 험난한 것이었습니다.

수상을 비롯한 정치인에 대한 암살과 테러, 양심적 시민단체 간부들에 대한 감시와 협박, 보수세력들의 양심적 시민사회세력에 대항한 맞불 놓기식 집회 등 그 종류와 행태 또한 다양했습니다.

이런 상황하의 일본에서 아무리 양심적 시민세력이라 한들 「독도는 한국 땅이라거나, 위안부는 있었다거나, 교과서 왜곡은 안 된다」라고 진실을 주장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분들은 보수세력들로부터 매국노 취급당할 것 아니겠어요? 제게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말씀하시는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 지인이 계십니다만, 당신한테니까 말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곤 합니다. 그 심정을 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본 역시 모두가 주변국과의 갈등 확산에 몰두했던 것은 아닙니다. 외형적으로는 일본 총리 주변의 정치집단이 갈등의 주체였다면 외무성을 중심으로 한 관료집단은 합리적 방법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확실한 역할분담에 충실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아마 우리나라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집단은 여전히 강경책을, 반면에 외교통상부와 관련 관료집단은 원만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설 것입니다. 역시 역할분담인 셈이지요."

그러니까 이제는 그런 모습을 우리 사회에서 보게 생겼다 그런 말씀인가요? 지금까지 일본과의 관계에서 역사문제든, 위안부문제든, 독도문제든 어느 것 하나 전향적으로 풀어 보려는 노력조차 안하던 정부와 대통령이 갑자기 독도를 방문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큰소리치고 있고, 일본에게는 '과거사 문제에 너무 무성의 하다'고 나무라고 있는 건데, 아주 생뚱맞게 들린다는 거죠, 문제는. 그런데 그게 결국은 보·혁 갈등 조장을 통한 이슈 선점하기다 그런 말씀으로 들리네요.

"대일 강경론이라는 것은 아주 잘 하는 일입니다.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저런 순서가 완전히 무시된 채 마지막 단계만을 갖고 얘기하니 사람들은 생뚱맞다며 의아해 하는 겁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일에는 순서와 단계라는 게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모든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갑자기 마지막 단계의 것을 들고 나와 그것만을 갖고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의심할 수밖에요.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이후의 준비된 프로세스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너무 무성의하다'는 등 말로만 일본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행동과 정책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 언론 일각에서도 이번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대선을 앞둔 국내정치용 이벤트라고 평가절하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을 이용한 안보위협(북풍)에 더해 일본을 이용한 외교적 갈등(외풍) 조장을 통해 보수표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와 대통령은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 역시 이후의 한일관계 전반을 상정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야권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제 역할을 못할 경우 자칫 12월 대선 때까지 한일관계라는 '외풍'에 질질 끌려 다닐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세적 위치에서 벗어나 다음 수를 대비한 포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떤 게 있을까요? 현 시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선제적 포석이라면?

"아마도 이런 것들이라면 국민적 공감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니 이제 해안경비대가 아닌 대한민국 국군 특히, 해병대의 주둔을 통해 철통같은 경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라.

또한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발 벗고 나서 달라. 우선은 그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내외를 망라한 다각적인 노력의 병행과 함께 삶의 기반 안정에 정부가 직접 나서 현실적인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땅에 만연해 있는 친일잔재 청산에 적극 나서 달라. 특히, 과거 일제에 부역했던 기업과 언론인 나아가 정치인들의 명단을 명명백백히 공개하고 역사 앞에 참회토록 해야 합니다. 그들의 재산은 이유 불문하고 몰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상호공존을 위해 일본의 군사대국화 야욕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라. 동북아의 평화와 공존은 일본의 평화헌법을 통해 일본과 우리가 이미 약속한 사안입니다. 약속 준수는 쌍방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탠다면, 현재 일본 땅이 잦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조만간 찾아올지 모르는 대형 자연재해시 일본거주 한국인 대피 대책의 일환으로 한국의 수송기와 군함이 일본 땅에 상륙해 우리국민의 피난을 도울 수 있도록 '일본열도 유사시법'을 법제화 해 달라. 일본은 한반도의 유사시 자위대법에 입각해 수송기와 함선 등 자위대의 장비로 자국민의 피난을 유도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시간이 없어서 더는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들을 내용은 충분히 들은 것 같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서라도 깨어 있는 시민의식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 역사 발전의 추동세력이라는 말을 믿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깨어 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것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한 제물로 쓰고자 하는 자들이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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