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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독도방문

한정애입니다/한정애 단상

by 한정애 2012. 8. 1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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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적이다. 그것도 너무나 전격적이다. 그래서 뜬금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절묘하다. 타이밍도 너무 절묘하다. 그래서 짜고 친다는 의심 또한 지울 수가 없다." 저의 오랜 지인이자 자타가 인정하는 일본통 전문가가 분석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관련한 총평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좀 더 인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큰 틀의 한일관계에서 이번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큰 의미가 있다. 왜냐 하면, 지금까지는 주로 일본 측에서 문제를 만들고 우리가 방어하는 입장의 연속이었는데,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선공을 날렸다는 차원에서 그렇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한일관계는 이처럼 우리가 먼저 선제적 공격으로 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오래 준비된 정부의 정책 스케줄이냐는 점이다. 그렇다면 후속 대책 역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이제까지 보여온 이명박 정부의 대일외교 정책 전반이라 할 수 있겠는데, 잘 알다시피 대일외교와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는 거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번처럼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과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려고 했던 노력 역시 전무했다는 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관련 발언이라며 한참 문제가 되었던 “지금은 때가 아니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최근에 불거진 일본과의 군사협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만의 독자적이며 자주적인 대일외교 노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독도방문이 추진되고 실행되었다. 그렇다면 근래 들어 정부의 대일외교 기조가 강경책으로 바뀌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런 분위기 역시 파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즉흥적인 퍼포먼스였다는 얘긴데, 이럴 경우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 설정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과연 일본과의 사전 교감 없이 이런 퍼포먼스를 벌일 만큼 절박한 뭔가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의문점을 풀기 위해 한일 양국 정부가 처해 있는 현재의 상황을 보면 일견 수긍이 가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든 일본의 노다 정부든 공통적으로 마치 임기 말 피로증후군 같은 것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지지도 추락에 이은 레임덕 현상이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확실한 임기 말 상황이고, 노다 정부 역시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反노다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즉, 한일간에 갈등이 불거진들 서로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라는 점에서 한일 양 정부는 일치한다. 그뿐인가? 타이밍상으로도 아주 시의적절하다. 올림픽 축구 한일전을 계기로 국민들 간에도 상당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상황이니 여기에 기름만 슬쩍 부어준다면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정부의 강경론은 말할 것도 없고 빠르면 이번 주말인 내일부터 한일 양국 보수주의자들의 상대국을 향한 집단행동이 불처럼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순간에 한일 양국 여론의 방향이 외교전으로 비화되면서 양국 국내 정치문제는 국민 관심권 밖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다.

일본 국내 문제야 그렇다고 쳐도, 국내 정치 현안 중에 현재 불거져 있는 친박의 정치헌금 문제라든가, 4대강 녹조 문제 역시 자칫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실, 이것은 지금까지 일본정부가 주로 써먹던 방식이다. 일본 보수우익 정부는 역사문제 · 영토문제 · 교과서문제를 통한 주변국과의 갈등 조장으로 일본 국내 보수여론을 통합하는데 주력해 왔다. 냉전시대에는 중국 위협론으로 이후에는 북한때리기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갈등 조장을 통해 자신들의 보수우익 이념을 확장해 나갔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후속대책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것 같은데, 일단은 통수권자의 독도방문으로 더 이상 할 것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번 방문은 독도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마침표라 볼 수 있고, 마지막 하나 남은 선택은 이제 군대를 주둔시켜 독도수호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방법 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힘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리만 되어 준다면, 독도가 국제적 문제로 비화되는 것 또한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하나 해도 재고를 봐가며 구매를 하는데, 하물며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아무런 생각 없이 주변국 눈치 하나 안보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더구나 뼈 속까지 친일 친미인 정권이 말입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독도 땅을 밟은 대통령. 누군가는 정치를 쑈라고 하며 평가 절하하곤 합니다. 저도 일정부분 동의를 하는 바입니다. 단, 일관성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은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한 정치인의 정치 역정이 항상 한 방향으로 올곧을 수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일관된 소신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봤을 때 다소 쑈적인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그 부분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아무튼, 앞서와 같은 전문가들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는 독도문제를 비롯한 대일관계 전반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추후 대응책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수준의 준비된 안을 내 놓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오늘의 독도 방문이 즉흥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준비된 영토 지키기 · 한일관계 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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