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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한정애입니다/한정애 단상

by 한정애 2012. 7. 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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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고, 물도 차면 넘치는 법인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요. 요즘 들어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물론, 달이 기운다고 달이 아닌 것이 아니듯 자본주의의 위기가 도래한다고 해서 또 다른 체제가 그리 쉽게 그 체제를 대신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새로운 체제는 인간과 삶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만은 분명 바꿔 놓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일이 있어 잠깐 밖엘 나갔다 왔는데, 여기저기 새롭게 인테리어 하는 가게들이 참 많이도 눈에 띄더군요. 주위가 먹자골목이고 역세권을 바탕으로 한 상권지역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합니다만, 설사 그렇다 해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폐업과 창업이 빈번한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반경 100M 이내에 새롭게 공사를 하고 있는 1층 점포만 4곳이나 되더군요. 이렇게 다들 자영업으로만 몰리다보니 비슷한 업종끼리의 출혈경쟁은 불가피하고 결국 자영업자간 돈 뜯어먹기 싸움으로 변질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자영업을 통해 먹고 살 확률이 20~30% 정도라고 하지요? 나머지는 현상 유지이거나 적자 상태에 있고 말입니다. 그러니 창업 전선이 얼마나 혹독한 정글의 싸움터인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들 20%의 성공이라고 하는 실낱과도 같은 희망과 마땅히 다른 일거리를 찾기 힘든 현실의 무게에 눌려 울며 격자 먹기로 뛰어들고는 있습니다만, 그 학습비용 또한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는 부천의 중 ․ 상동지역 같은 경우 1층 점포 약 20평을 기준으로 권리금만 7~8천만 원 정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임대료와 집기를 포함한 인테리어 비용까지 더하면 한번 창업에 최소 2억 원 가까이가 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글쎄요. 권리금과 임대보증금은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 쳐도,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해 재료비 등 영업에 들어간 비용은 결국 자신의 손해로 끌어안을 수밖에 없고, 권리금 역시 제대로 받아야 본전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1년 장사에 창업비용 2억 까먹는 것은 기본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들의 실패와 재산 감소는 결국 중산층의 몰락으로 이어져 다수의 하층화라고 하는 양극화 심화에 일조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그 길로 들어서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는 사회구조적 병폐들입니다.

정부의 친대기업 정책,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방기, 양질의 일자리 감소, 노동권의 침해 등이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를 초래한 주범들로 이들 문제의 해결 없이 99%의 서민이 행복한 나라는 꿈같은 이야기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전경련의 회장이라는 분은 경제민주화 주장에 대해 "모호한 개념을 들고 나와 뭘 얘기하는 지 모르겠다"며 냉소적 태도를 보였다고 하는데요. 최저 임금으로 1년만 살아보시고 그런 말씀 하신다면 그 말 그대로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분은 ‘귀족노조’의 파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결국, 배부른 돼지로 만족하며 살아라라는 것 밖에는 안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마나 등 따시고 배부른 돼지라도 된다면야 모르겠지만, 망가지고 망가져 북풍한설 몰아치는 엄동설한에 대로변 한편에 종이박스 깐 채 신문지 덮고 잠들어야 할지도 모를 이 땅의 99% 서민의 삶은 누가 책임지겠다는 말입니까?

사람들이 좌절하고,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현실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그 보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미래가 전혀 없는 삶이, 우리를 더욱 지치고 힘들게 합니다. 그런데 이만큼 살아온 경험에 비춰보면, 그 희망과 미래라는 것도 어느 날 누군가가 갑자기 가져다주는 게 아니더라는 겁니다.

즉, 누군가의 호혜적 선물이 아니라 나의 희망 ․ 나의 미래는 결국 나의 현명한 선택에 의해서 가능하게 되는,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 내가 누려야 되는 권리와도 같은 것이더군요.

흑인과 노예와 여성들이 참정권 하나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한 표의 권리가 주어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이의 피가 뿌려졌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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