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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대 국회, 동물의 복지를 말하다

의정활동/언론보도

by jjeun 2016. 8. 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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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1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한 중국음식점을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서 만두와 버섯요리 등을 포장해 갔다. 오바마가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그를 알아본 손님들은 오바마와 인사를 나누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미국 사회는 큰 논란에 빠졌다. 해당 음식점 메뉴에 상어 지느러미 수프인 샥스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기 1년여 전, 오바마는 상어보호협약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주 역시 해당 협정에 서명했으며, 201371일까지만 샥스핀 판매가 허용될 예정이었다. 오바마는 자신은 해당 중국음식점에서 샥스핀을 먹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그가 샥스핀 요리점에 방문한 것 자체를 비난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는 샥스핀이 동물학대를 통해 만들어지는 비윤리적인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멸종위기종인 상어의 지느러미가 주재료라는 점부터가 논란의 대상이다. 게다가 상어의 몸통 부분은 식용으로 잘 쓰이지 않기 때문에, 어선들은 상어의 지느러미만 잘라가고 몸통은 그대로 바다로 버린다.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상어는 헤엄을 제대로 치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샥스핀 한 그릇을 만들려면 상어 한 마리가 온전히 필요하다.

 

심지어 샥스핀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도 윤리적인 문제로 먹지 않는 추세다.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정부패 퇴출의 일환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샥스핀을 금지시켰다. 이듬해 8월 국제동물보호단체 와일드에이드가 중국 대도시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1568명 중 85%가 샥스핀 먹는 것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동물학대로 만든 음식 배척 분위기

 

미국과 중국의 샥스핀 이야기를 해주던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지난 8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당대표 등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의 샥스핀 오찬회동을 언급하며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샥스핀뿐만 아니라 푸아그라(거위 간요리) 등 동물을 학대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음식은 먹지 말자는 게 보편적인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동물을 학대해서 만든 고기를 매일같이 먹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동물을 글자 그대로 움직이는 물건으로만 생각했지 생명이라는 관점에선 접근하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제도적으로 동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늘어난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2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1.8%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12년보다 4%포인트가량 높아진 수치다. 이 중 개만 키우는 가구는 16.6%, 고양이만 키우는 가구는 2.7%, 기타 2.5%(, 고양이와 다른 반려동물을 함께 사육하는 가구)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최근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킨 것은 지난 515SBS ‘TV 동물농장에서 방송된 개농장 실태였다. 당시 방송은 전국적으로 3000곳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신고 강아지 공장의 실태를 화면에 담았다. 강아지 공장은 개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먹이를 먹였고, 변을 쉽게 치울 수 있다는 이유로 바닥을 뜬장형태로 만들었다. ‘뜬장은 뚫려 있는 철망이 바닥을 대신하는 것을 말한다. 암컷 성견을 우리에 가둔 채로 1년에 강제로 서너 번 강아지를 낳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강아지 공장방송 이후 동물보호 단체들을 중심으로 동물의 권리를 좀 더 보장하는 방식으로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겠다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이런 움직임에 호응하는 국회의원들도 나타났다. 말복이 있는 8월에는 동물권과 관련한 토론회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개 식용과 관련한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고, 야당 의원들이 이 자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기조발제를 했다. 오는 31일에는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정애 의원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두고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819일 현재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의원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의 한정애·표창원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을 들 수 있다. 한 의원은 본인이 7년간 흰색 푸들을 키워온 애견인이다. 5월부터 동물유관단체 대표자협의회(동단협) 등 동물보호 운동가들과 토론회와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개정안 초안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카라(KARA), 케어(CARE),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완성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물 관련 영업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한 의원은 올해 초부터 지역구인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동물보호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와 교류를 해 왔다.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강아지 공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팅커벨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던 중에 강아지 공장 방송이 터졌다반려동물이 사람의 품으로 오기까지 비인도적인 과정이 참 많은데, 20대 국회에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오랫동안 동물과 관련된 영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 의원의 발의안 초안은 동물 생산·수입·판매 등 모든 영업행위를 하려면 해당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기준에 미달하는 자가 섣불리 동물 영업에 나서는 것을 막고, 지자체에도 동물학대 방지의 책임을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한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에 대해 동물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게 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데, 법안의 문구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고통을 주는등의 표현을 추가시켰다. 동물학대로 해석할 수 있는 행위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또한 강아지 공장과 직접 관련된 내용도 개정안 초안에 담겨 있다. 동물 사육시설의 경우에도 한 곳에서 100마리 이상은 기르지 못하게 했으며, 동물들이 뜬장이 아닌 땅과 닿아 있는 바닥에서 생활할 수 있게 했다. 동물이 1년에 한 번 이상 출산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또한 수의사가 아닌 이가 동물에 대한 수술을 할 수 없게 하거나, 동물 판매자가 운송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자에게 동물을 전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도 개정안 초안에 들어 있다.

  

한 의원은 반려동물 유기를 줄이기 위해 동물 생산업자들이 태어난 동물에 대해 등록을 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대로라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생산업체가 직접 구매자를 찾아가 전달하는 식으로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 판매, 퀵서비스 배송 등을 통해 쉽게 팔고 사는 모습은 지금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과 이정미 의원은 19대 국회 때 여야 의원 4(새누리당 문정림, 민주당 한명숙·진선미, 정의당 심상정)과 녹색당, 카라, 생명권네트워크 변호인단이 함께 만들었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이 의원의 경우 심상정 의원의 안을, 표 의원의 경우 한명숙 의원의 안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2013년 당시 1년가량 10여차례 회의를 하고 여러 나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만들었던 법안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묻히지 않고 빛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표 의원의 경우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엄격하게 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누구나 학대행위자로부터 동물을 긴급 격리시킬 수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규정했다. 하지만 표 의원의 개정안은 학대행위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은 더 강해진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정미 의원 개정안의 경우 심상정 의원이 발의했던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밑바탕으로 했다. 201310월 발의된 심 의원의 전부개정안은 우선 동물보호법의 이름을 동물복지법으로 바꾸기로 했다. 당시 법률개정 제안이유서에 따르면 법의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동물은 움직이는 물건이 아니라 인간처럼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이다. 그렇기에 그 자체로서 존중을 받고 기본적인 권리를 향유해야 한다. ‘동물보호법이 인간이 동물을 보호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 ‘동물복지법은 동물들도 기본적으로 이 정도의 권리는 갖고 태어난 생명이라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이 의원 전면개정안의 밑바탕이 된 과거 심 의원의 전면개정안은 법의 목적을 담은 1조에서부터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언급했다. 또한 법에서 다루는 동물을 모든 척추동물로 확장시켰다. 85일 개 식용 관련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 의원은 동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1년에 일주일이라도 동물권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동물복지주간을 만들어 보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며 자신의 전부개정안 내용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동물학대의 불법성에 비해 형량이 너무 적고, 재물손괴보다 경미한 처벌을 받는 등 형량의 불균형이 있다며 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전부개정안에 담았다. 또한 재범 방지를 위해 동물학대행위자로 하여금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학대행위자는 5년간 동물을 소유할 수 없고, 동물원 등 동물에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사후 조치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콘퍼런스에서 이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는 전부개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지만, 하나의 디딤돌을 놓았다는 의미는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전부개정안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실은 3년간 변화된 현실을 감안해 내용을 수정하고,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식으로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규정

 

이 의원의 언급처럼 19대 국회는 여야 4명 의원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외면했다. 이들 개정안이 상임위인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상정된 것은 넉 달이 지난 20142월의 일이었다. 하지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상정된 수많은 다른 법률개정안과 함께 스치듯 언급되었을 뿐, 상임위 위원들은 이 법률안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각 의원실과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1년 동안 공들인 법률안은 법안소위로 넘어가지 않은 채 올해 52919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013년 동물보호법 전면개정 논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19대 국회에서는 기존 동물보호법의 근간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만 개정을 했고, 우리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도 못했다아무래도 농수산위에 농촌지역 의원들이 많다보니 동물 생산 등에 제약을 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은 의회 내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관련 부처인 농림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수월하다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농림부 공무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눴고, 지금은 상임위 여야 의원들을 만나 동물보호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애당초 동물보호법 자체가 한국 내부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제정된 것은 아니었다. 동물보호법은 1991531일에 제정됐다. 당시 제정이유서는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방지하고 국민의 동물보호 정서를 함양하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계기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이었다. 서울 올림픽으로 한국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자, 국제 동물보호단체들이 한국의 개 식용 문화와 동물학대 문제를 비판하면서 동물보호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19905월 농림수산부가 동물보호법 제정을 예고했고, 1년 뒤에 법이 마련됐다. 애당초 동물보호법은 조항이 12개밖에 없는 단순한 법이었다. 15년 이상 이 틀이 유지되다가 17대 국회부터 큰 폭으로 법이 개정됐다.

  

17대 국회인 2007년에는 조항이 26개로 늘어났고, 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최대 500만원 벌금형으로 좀 더 현실화됐다. 18대 국회인 2011년에는 또 한 차례 대폭 개정으로 조문이 47개로 늘어나고, 동물학대죄에 대해 징역형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19대 국회에서도 동물보호법이 전혀 개정되지 않은 건 아니다. 19대 국회 기간 동안 동물학대행위의 범위가 늘어났고, 법이 다루는 동물의 범위가 기존 , , 돼지식으로 각 동물의 종을 나열하던 방식에서, ‘포유류, 조류식으로 바꿔 실질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는 동물의 가짓수를 늘렸다. 201310월에는 17·18대 국회에서처럼 큰 폭의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전부개정안이 나온 것이지만 국회에서 좌절된 것이다.

  

국회 밖에서의 압력의 목소리도 동물보호법 개정을 발목 잡는 요인이다. 이미 대한육견협회 측에서는 표창원 의원 측에서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더민주당사에 가서 항의집회를 하든 농성을 하든 반대의견을 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정애 의원은 업체 입장에서는 동물보호가 강화되면 아무래도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개정안은 부칙에서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뒀고, 농림부에서도 그분들이 새로운 법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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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대 국회, 동물의 복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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