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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탄소중립은 새로운 경제 질서… 차기정부 이어달리기가 중요” [세계초대석]

환경부장관/언론보도

by 의원실  2022. 3. 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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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애 환경부 장관

정책 연속성 잃으면 기업 혼란 가능성
정무적 판단보다 공직자의 판단 존중
이해관계자들과 후속 작업 이어가야

대형 원전의 중수로 폐기물 너무 많아
정부 SMR·SFR 같은 새로운 기술 개발
해외 진출 경쟁력 위해 공격적 연구 중

국내 재생산에너지 비중 6%선에 그쳐
OECD 평균 30.8% 수준에 한참 모자라
기업 제품 경쟁력 위해 비중 더 늘려야

무공해차량 늘어 보조금 축소 불가피
출퇴근 차량보다 업무용차 전환 시급
상용차 중심의 다른 보조금 설계 필요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분명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운동화를 신고 발로 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환경부 수장에 오른 한정애 장관은 그동안 중점을 둔 업무와 소회를 묻는 질문에 “탄소중립이라는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전 지구적·시대적 과제에 우리나라가 대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낙동강 식수 갈등 등 해묵은 환경난제 해결에 주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로 끝난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 마련된 인터뷰 자리에도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물위원회(AWC) 제2차 아시아국제물주간 참석 차 출국한 한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마루프 아민 인도네시아 부통령과 면담할 때도 운동화 차림이었다. 그의 마음가짐은 빈말이 아닌 듯했다.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집권여당 정책사령탑(민주당 정책위의장)을 한 사람답게 인터뷰 내내 각종 환경 이슈와 정책에 대한 그의 전문성과 열정도 돋보였다.

한 장관은 두 달 뒤 들어설 윤석열정부를 향해 “탄소중립과 관련해 (국제적인) 새 경제질서에 빨리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어달리기를 안 하면 우리 기업들이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 환경정책은 연속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권교체로 임기 종료가 얼마 안 남게 됐다. 취임 후 역점을 둔 과제와 성과가 궁금하다.

“지난해 임명장 받을 때 대통령이 탄소중립 관련 기반을 만들어 달라는 미션을 주셨다. 탄소중립이 새 국제경제질서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우리처럼 국제질서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나라가 (가만히) 알아서 되도록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확정·발표해 탄소중립을 향한 이정표를 마련했고, 그린뉴딜을 통한 대전환에 동력을 실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탄소중립을 생소해하던 국민들도 대부분 그 의미를 알게 됐을 정도다. 아울러 환경부로 보면 해묵은 숙제가 세 가지 있었는데 해결 실마리를 마련했다. 1991년 페놀사태 이후 수질과 (유역 지방자치단체 간) 식수공급 갈등을 빚어 온 낙동강 물 문제, (1981년 농가 수입 증대 목적으로 수입됐다가) 동물복지 인식 수준 향상과 맞물려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사육 곰 문제, 여전히 발생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 문제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의 경우 해당 기업과 피해자 모두 공적으로 환경부가 해결해주길 바라는데, 법적 근거 없어서 사적 조정위원회를 꾸리고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모셨다. 위원회가 조정안을 마련해 기업과 피해자 쪽과 조율하고 있는데 이달 말쯤 (최종) 조정안 발표를 목표로 하는 것 같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유럽연합(EU)은 EU택소노미에 포함해 논란이 됐다.

“EU는 단일 국가가 아니고 그 안에 찬성국, 반대국이 나뉘어서 정치적·정무적 결정을 했다고 본다. 그런데 원전 안전성을 위한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서 실제 그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예컨대 사고저항성연료를 2025년부터 쓰랬는데 그렇게 빨리 개발되기 힘들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부지·계획·예산도 확보하라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다. EU 내부에서도 원전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반발이 나온다. 그만큼 한국 원전을 EU택소노미에 준용한다고 해도 (그런 조건을 맞추기가) 사실 가능하지가 않고,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돼야 한다. EU도 공개만 했지 실제 적용은 EU 의회, 상임위를 거쳐야 해서 내년 1월 이후나 적용된다. 우리나라도 올해 시범사업 하는 동안 K택소노미 원전 관련 부분을 논의하고 국민적·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면 공론화를 거쳐 진행할 것이다.”

 

―K택소노미에 원전은 포함하지 않되,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과 소듐냉각고속로(SFR)는 긍정적으로 언급했는데, SMR 등은 개발 시 EU택소노미의 원전 조건을 충족시킬 수준이 될까.

“차세대 원전의 EU택소노미 조건 충족 여부는 가동 안전성 확보 등 향후 기술 개발 진행상황을 봐야 하고, 정부는 SMR, SFR 등 차세대 원전의 안전성 향상이나 수출지원을 위한 미래지향적 기술의 연구개발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원전 폐기물 양을 줄여야 하고 앞으로 원전 사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원전은 중수로에서 폐기물이 너무 많이 나온다. SMR와 핵연료를 재처리해 폐기물과 독성을 줄일 수 있는 SFR 기술을 공격적으로 연구하는 중이다. 다만, 기술 개발과 별개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부지 확보 문제는 추가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원전 밀집도가 높은 편인데 국내에 원전을 더 짓는 문제는 어떻게 보나.

“전 세계에서 최고로 밀집도 높은 수준이다. 거기다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 후로 안전에 관해 국민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지진대를 완벽히 검토하지도 못해 안전 불안을 충분히 해소해야 한다. 특히 SMR는 대도시에 가깝게 설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안전에 대한 민감도는 더 커질 것이다. 원전을 늘리겠다는 프랑스도 어디에 새로 지을지 내부적으로 수용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쌓여가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다.

“전 세계에서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이 확보된 나라는 핀란드 하나뿐이다. 원전은 이제 탈원전이나 더 짓자는 얘기를 하기 전에 (각 원자력발전소에 임시 보관 중이나 곧 포화상태가 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부터 논해야 한다. 다음 정부도 고준위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를 위한 로드맵, 부지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한 다음 (원전) 얘기를 하는 것이 맞다. 부지를 선정하기까지 10년가량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고준위 폐기물은 30만년 동안 안정한 지질대에 보관해야 해 이런 지질대가 어디인지 일단 찾아야 하고, 찾더라도 해당 지역 주민들이 수용해야 가능하다.”

 

―NDC 40% 상향도 논란이 있었는데, ‘RE100’과 관련한 산업계 입장은 어떤가.

“RE100(2030년까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은 우리나라 제품을 받는 해외 기업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질서다. 결국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건 더 강하게,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6% 남짓한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8%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우리 제품을 받는 기업이 RE100을 요구하면 이에 맞출 상황이 안 된다. 지난해 말 탄소중립 비전 행사 1주년 당시 기업들이 한 첫 번째 요청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 달라’였다. 우린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2% 달성’이라는 속도가 과하다고 말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훨씬 과한 속도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산업용 전기를 굉장히 싸게 공급하고 있지만, 이제 재생에너지가 아니면 아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재생에너지 말고 음식물쓰레기도 자원화한다고 들었다.

“음식물쓰레기는 최고의 바이오가스 에너지원이다. 국내 바이오가스 시설은 서산 등 전국에 몇 개 있다. 음식물쓰레기의 다른 처리 방법으로는 사료나 퇴비 생산이 있는데 이것들은 흘러넘쳐서 바이오가스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같이 석탄이 많이 나지도 않고 석유도, LNG도, 가스도 다 수입해 쓰는 나라가 자체적으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소재를 그냥 묵히면 너무 비효율적이다. 순환경제나 폐기물 관련 처리 방식을 대폭 수정했고, 앞으로 이렇게 나가는 방향이 필요하다. 일부는 음식물분쇄기를 사용하는데, 이는 하수 부하를 높여서 제대로 분리수거해 에너지원으로 쓰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인식 개선과 참여도 필요한데.

“당연하다. 국민의 참여와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탄소중립 생활 실천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탄소중립 생활실천 포인트제’ 등을 새로 도입했다. 무공해차를 대여하는 등 탄소중립 행위를 하면 포인트를 받는 식이다. 일단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 더 넓게, 더 전국적으로 확산하려 한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올해 예산은 24억원 정도인데, 내년엔 더 많은 프로그램과 예산을 투입하고 참여 기업도 늘려 대한민국 어디에 있든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포인트 혜택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무공해차 확대를 유인하던 보조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매년 목표대수가 늘어 보조금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누계가 25만대인데 올해 목표가 50만대다. 출퇴근용 차량보다 이산화탄소(CO₂)를 많이 발생시키는 대형차, 트럭, 버스, 렌터카, 쓰레기차 등 업무용 차량의 전환이 중요하다. 24시간 돌아가는 이 부문을 공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른 보조금 설계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지 싶다. 택시업계에도 무공해차로 전환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200만원 더 준다. 상용차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게 CO₂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측면에서 보면 효과적이다.”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도 취약계층 보호 필요성을 언급했다.

“폭염, 홍수 이런 기후재해를 견디기 어려운 집은 쪽방이나 옥탑방 등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가구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가 많이 들어설 필요가 있다. 쪽방을 아예 바꾸는 개선작업이 계속돼야 하고, 취약계층 거주시설에 단열·냉방사업도 펼치고 있다. 홍수에는 반지하 가구가 특히 취약하다. 침투율이 높은 아스팔트로 길을 조성하고 반지하에서 살지 않게 주택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지구 온도가 1.5도, 2도까지만 올라가도 현재보다 잦은 홍수와 폭우 있다.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게 둘 건가. 이를 막기 위한 도시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차기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환경문제야말로 이어달리기가 확실해야 한다. 지난 5년간 해온 미세먼지 감축이나 탄소중립 관련 새 경제질서에 빨리 대응하기 위해 이어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기업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 환경 관련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정무적 판단은 배제하고, 공직자가 내리는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은 사회적 비용을 엄청나게 치렀다. 자연성 회복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많아서 이번 정부 내내 보 일부를 열어서 수생태계가 얼마나 돌아오는지 판단해보려 했다. 이런 과정이 정치적인 판단으로 다시 혼선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어렵사리 이뤄낸 가습기살균제 사적 조정이나 사육 곰 사회적 합의,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인 만큼, 지역이나 이해관계 당사자와 속도감 있게 후속작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1965년 충북 단양 출생 ●1985년 부산해운대여고 ●1989년 부산대 환경공학과 ●1992년 부산대 환경대학원 환경공학 석사 ●2003년 영국 노팅엄대 산업공학 박사 ●2005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노조위원장 ●2006년 한국노총 공공연맹 부위원장 ●제19·20·21대 국회의원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2016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간사 ●2020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2021년 1월 제19대 환경부 장관 취임



대담=이강은 사회부장, 정리=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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