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한겨레신문] “동물대체시험 기술,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 확보”

환경부장관/언론보도

by 의원실  2022. 1. 25. 10:08

본문

[서보라미의 동물대체시험] 한정애 환경부 장관 인터뷰
“오랜 관행 깨려면 정부뿐 아니라 소비자 인식도 변해야”

 

2021년 9월 환경부는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 실행계획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초 한정애 장관 취임 이후로 ‘화학안전평가에 있어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데 이어, 이번 토론회에서 ‘2030 화학안전과 함께하는 동물복지 실현 비전’을 소개했다.

해외에서는 첨단기술을 이용해 비동물 연구 지원에 관한 정책 발표를 한 사례가 있지만 한국에서 중앙정부가 동물대체시험 활성화 비전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물대체시험연구 활성화를 위한 정책·입법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한국HSI, 이하 ‘휴메인’)이 한 장관을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물대체시험은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실험 방법(method) 또는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예측을 하는 접근(approach) 방법을 말한다. 사람 세포 유래의 시험관 시험(in vitro), 오가노이드, 장기칩(organ-on-a-chip)을 포함한 미세생체조직시스템연구(MPS), 독성발현경로(Adverse Outcome Pathway) 연구, 통합접근시험평가(IATA) 등이 동물대체시험에 해당한다.한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7년 동물대체시험 촉진을 위한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공로로 2018년 러쉬프라이즈를 수상했다.

 

러쉬프라이즈는 전 세계적으로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과학적인 연구 및 기술 발전과 입법 활동에 기여한 수상자에게 주는 상이다. 역대 국내 수상자로는 사람의 눈을 모사해 실험할 수 있는 아이온어칩(eye-on-a-chip)을 개발한 펜실베이니아대 허동은박사, 토끼 피부를 이용한 자극시험의 대안으로 인체 표피 모델을 개발하여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받은 시험관 내 시험법으로 의료기기 자극성 평가법을 개발해 국제 표준 시험법 등록에 참여한 연세대 치과대 김광만 교수팀, 인체 세포 배양으로 인공조직을 개발한 바이오솔루션 이수현박사팀이 있다. 해외 수상자로는 사람 세포 기반의 독성 평가를 하는 중국 질병관리예방연구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독성발현경로 프로그램 개발팀 등이 있다.

 

정당 떠나 동물실험 비윤리성엔 모두 공감

 

휴메인: 2021년 초 장관에 부임하고 처음 진행한 것 중 하나가 동물대체시험 태스크포스 회의인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장관: 임기 동안 환경부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5가지를 선정하고 각 과제별로 전문가 및 관계자 중심으로 티에프(TF)를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동물대체시험 활성화티에프였고, 그 결과물이 지난 10월에 발표한 ‘2030 화학안전과 함께하는 동물복지 실현 비전’입니다.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대체시험법 기술력을 확보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 화학물질 유해성 자료 60%를 동물대체시험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휴메인: 국회 환경노동위원으로 활동하던 2017년과 2019년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두 법 모두 화학물질 평가를 위해 새로운 과학기술을 이용해 동물실험을 대신하는 방법의 활용을 지원·확대하기 위한 것인데요. 개정안 논의 당시 국회 분위기는 어땠나요?

 

한 장관: 국회는 특정 법이나 정책을 추진할 때 다른 정당이나 이해당사자의 반대가 심하면 추진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정당을 떠나 국회 전체적으로 동물실험의 비윤리성에 대해선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환경부도 초기에는 동물대체시험에 어려움을 표하긴 했으나,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국회 논의 사항을 수용하고 법 개정에 적극 협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문인력·인프라 확충 위해 공공·민간 함께 개선 필요

 

휴메인: 환경부 동물대체시험 활성화티에프 첫 회의에서 ‘동물대체시험은 정말 어려운 이슈다’라고 말씀을 시작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무엇 때문에 어려운 이슈라고 보는지요?

 

한 장관: 어떤 분야든 기존의 오랜 관행이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방법 또는 이론이 있다면 그 관행을 깨거나 정설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결과를 도출할 때 인정받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특히 사람의 신체나 생명과 연관된다면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고요. 동물대체시험이 바로 그런 분야라 생각됩니다. 또 대체시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고 전문 인력과 시설 장비 등 많은 인프라가 확충돼야만 가능합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고. 그래도 첨단기술 연구개발에는 보다 적극적이므로 점차 바뀔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특정 부처만의 노력으로는 어렵고, 범정부 차원에서 동물대체시험에 대한 필요성과 이해가 담보돼야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합니다. 사회적으로 동물대체시험을 한 제품에 대한 요구가 더 커져야 기업들이 변하는데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향후 환경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대체시험법을 개발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동물대체시험을 활용토록 한다면 많이 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휴메인: 동물대체시험 활성화 티에프를 꾸리시며 기대하셨던 바, 또는 바라는 결과가 있었는지요?

 

한 장관: 독성평가를 비롯한 여러 연구 학문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동물대체시험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 것입니다. 여러 전문가와 관계자가 참여하여 2021년 3월부터 기술 개발, 정책과 제도, 활용 등을 주제로 4차례 포럼을 개최했고 2030 동물대체시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휴메인’도 환경부 발표에 환영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민관과 함께 노력해 로드맵을 마련했다는 것에 만족하며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도 잘 챙기겠습니다.

 

8년내 화학물질 유해성 시험 60% 대체 목표

 

휴메인: 티에프 회의가 진행될 때마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 이렇게 로드맵이 구체화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로드맵에서 목표로 하는 세부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신다면요?

 

한 장관: 현재 유럽연합은 화학물질 유해성 평가에 동물대체시험 자료를 57%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 한국은 12%에 불과하고요. 이번에 환경부가 마련한 2030 계획은 빠른 시일 내 동물대체시험 인프라를 확충하여 2030년까지 유해성 자료의 60% 이상을 동물대체시험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휴메인: 환경부의 비전 실현과 국내 전반적인 동물대체시험법 활용 인식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다른 중앙부처들의 참여도 중요할 텐데요, 환경부의 이러한 리더십이 국내외 관련 기관에 어떠한 본보기가 되면 좋겠다 하는 기대감이 있으신지요?

 

한 장관: 동물대체시험은 화학물질, 화장품, 의약품, 농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중 화장품은 2017년부터 동물실험자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상당히 앞서 있는 분야인 반면, 화학물질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이런 점에서 환경부는 동물대체시험 분야에 있어선 패스트팔로어(fast-follower, 추격자)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학물질 등록 및 살생물제품 승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유해성 시험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동물대체시험 활용의 기회가 다른 부처 또는 다른 분야보다 큽니다. 또한 이미 국제적인 검증을 받은 대체시험법이 있고,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화학물질 분석 및 예측 방법도 있습니다. 때문에 화학물질 분야에서 동물대체시험이 활성화된다면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이제는 환경부가 공공 GLP(비임상시험기관) 구축,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로드맵에서 제시한 2030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면 패스트팔로어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동물대체시험 저변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휴메인: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예측독성연구, 사람 세포 기반 시험법 개발 등 대체시험 연구개발 등을 위해 애써오신 분들이 많은데, 이번 환경부의 비전을 계기로 관련 중앙부처, 국내 공공기관과 기업이 함께 동물대체시험 개발과 활용의 활성화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길 바랍니다.

 

글·사진 서보라미/한국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한국HSI) 정책국장 bseo@hsi.org

 

▽기사 원문 보기 

[한겨레신문] “동물대체시험 기술,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 확보”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