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외교부가 대통령실의 지시를 이행했음에도,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국회에 거짓으로 답한 정황이 드러났다. 조 장관은 거짓 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납득하기 힘든 '말장난' 수준의 변명이다.
"12월 3일(화) 밤 계엄 선포 후 대통령실로부터 이번 비상계엄 조치가 우리 외교와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간략한 구두 메시지를 미 측에 전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실무진의 보고를 받고 2차관이 장관에게 보고 후 골드버그 대사에게 전화하여 짧은 시간 통화를 갖고 동 메시지를 전달하였음. 당시 1차관은 해외 출장중이었기 때문에 2차관이 전화한 것임." (2월 5일 외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
지난 5일 외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당시 외교부는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고 주한 미국대사에게 계엄 관련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화를 한 이는 강인선 2차관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16일 조 장관 등이 국회에서 한 답변 내용과는 다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 장관, 강 차관 등 외교부를 책임지는 이들은 '계엄이 해제된 뒤 2차관이 골드버그 대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혀왔다. 그 내용도 계엄의 배경 설명과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월 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3일 외교부의 누군가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 관련 성명서(statement)를 읽어줬다"고 밝혔다. 이는 2월 5일 외교부가 국회에 보낸 서면 답변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외교부의 누군가'는 강 차관이다.
강 차관이 주한 미국대사와 통화한 것이 계엄 해제 전인지, 후인지는 단순히 시간 선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통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와 연결된다. 외교부가 처음 주장한 것과 달리, 계엄 해제 전에 통화했다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통화한 사람이나 이를 지시한 사람 모두 내란과 관련된 혐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부분을 추궁했다. 지난해 12월 16일 국회 외통위에서 '계엄이 해제된 뒤 2차관이 골드버그 대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 게 거짓 답변 아니냐고 따졌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아일보의) 1월 9일 골드버그 대사 인터뷰가 나오기 전까지 일관되게 외교부는 '계엄이 선포되고 계엄이 해제되기 이전에는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한 사람은 없다'고 답변했다"면서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느냐"고 물었다.
조태열 "상황 공유 차원의 소통, 그 말 속에 2차관 들어있다"
조 장관은 "거짓 보고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 12월 16일 외통위에서 한 답변과 관련해 "'상황 공유 차원에서의 소통이 있었다'(는 답변) 그 속에 2차관이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한 게 들어있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상황 공유 차원의 소통이 있었다는 얘기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답변드린 것"이라며 "상황 공유 차원의 소통을 누가 했느냐고 물어보지 않으셔서 제가 답변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답했다. 또 "(계엄) 해제 이후의 소통을 물으셔서 그렇게 답했다"거나 "제가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실무진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12월 16일 외통위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외교부 차원에서 이루어진 미국과의 소통 라인은 어디였습니까'라는 질문에 조 장관은 "상황이 종료된 오전에 차관이 소통을 했다"고 답했다. 또 계엄 해제 이전인 외교부 간부단 회의 뒤 미국 측과의 소통에 대해선 "그것은 실무자들이 서로 대사관하고 연락했던 것으로 제가 들었다"고 답했다.
조 장관뿐 아니라 강인선 2차관의 답변을 봐도 골드버그 대사와 전화통화를 한 것은 계엄해제 이후의 일이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지지, '상황 공유 차원의 소통'이나 '실무자들의 대사관 연락'을 강 차관이 한 걸로 읽히진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한 진술 상당수가 거짓으로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장관 역시 비상계엄과 관련해 진실되지 않은 보고를 해놓고 나중에 말장난 수준의 답변을 늘어놓고 있다.
다음은 12월 16일 진행된 관련 회의 국회 속기록의 일부분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전략) 지금 외교부장관께서는 5일 날 골드버그 주미대사 만나기 전에 직접 미 측하고 소통하지는 않았지만 외교부 차원의 소통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15일 기자 간담회 답변 중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면 하이 레벨이 아닌 외교부 차원에서 이루어진 미국과의 소통 라인은 어디였습니까?"
조태열 외교부장관 : "상황이 종료된 오전에 차관이 소통을 했습니다.
한정애 의원 : "차관이 소통을 했나요?"
조태열 장관 : "예."
한정애 의원 : "계엄선포 직후에 가진 장관과 간부단 회의할 때 차관도 있었습니까?"
조태열 장관 : "1차관은 출장 중이었고 2차관이 있었습니다."
한정애 의원 : "간부단 회의 이후에 미국과 이와 같이 소통하라는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무진에서 지금 소통을 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차관이 소통을 했다는 겁니까?"
조태열 장관 : "그날 상황 종료된 오전의 말씀은 그것은 차관님입니다."
한정애 의원 : "간부단 회의가 끝나고 난 뒤에 미국하고 실무선에서 소통은 하지 않았습니까?
조태열 장관 : "그것은 실무자들이 서로 대사관하고 연락했던 것으로 제가 들었습니다."
한정애 의원 : "간부단 회의 직후에 미국하고 이와 같이 소통하라는 지시 내용이 이렇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고 미국의 가치에도 부합한 것이니까 정당하다. 그러니까 미국은 가만히 있어라'."
조태열 장관 : "저는 미국하고 소통하는 것은 차관이 오전에…"
한정애 의원 : "차관, 정확하게 어떻게 미국하고 소통했나요?"
강인선 외교부 제2차관 : "골드버그 대사하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정애 의원 : "뭐라고 얘기했나요?"
강인선 2차관 : "제가 지금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전부의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 하는데 어떤 배경으로 그런 일들이 있었다라고 얘기를 했고 제가 마지막에 했던 얘기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체제와 시스템을 믿어도 된다 그 얘기를 마무리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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