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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법정가는 성과연봉제…'근로자에 불리한 변경인가' 쟁점

의정활동/언론보도

by jjeun 2016. 5. 2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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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측 "일부에 불리하면 불이익 변경이라는 게 판례 입장"

정부 "성과연봉제로 임금총액 감소없어 불이익 아니다


 

금융공기업들이 노조의 동의없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했으나 금융노조가 이에 대해 불법이라며 무효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이어서 그 효력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률공방이 벌어질 조짐이다.

 

24일 현재 금융공기업 가운데 이같은 방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등 5곳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 가운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수출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인데, 이들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속해 있지 않았던 예금보험공사는 노조 대표와 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금융산업노동조합은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근로기준법 94조 위반으로 무효라며 소송을 준비중이다. 반면 정부와 사용자측은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제도가 아니므로 노조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노조는 일부 공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징구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와 인권유린이 자행됐다며 해당 기업의 경영진을 형사고소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금융노조와 금융공기업 지부는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해 법적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인가'가 쟁점

 

금융노조는 금융공기업의 행위가 근로기준법 제94조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그 노조의 의견을, 그 외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단서에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취업규칙을 바꾸는 행위 자체를 노조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강행규정이라고 봐야 한다따라서 노사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무효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대법원은 지난 1993년부터 일부 근로자에게만 유리하고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고 일관되게 판단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연봉제 시행으로 일부 근로자의 연봉이 늘어날 수 있으나, 저성과자로 몰린 일부 근로자는 연봉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불이익 변경이자 근로기준법 제94조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송아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근로자에게 연봉 인상과 연봉 축소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성과연봉제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불리한 취업규칙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사측은 성과연봉제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이사회 의결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기업은 오는 6월말, 준정부기관은 12월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변함이 없다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각 공기업 이사회의 결정은 합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사합의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판례와 관계법령 등에 따라 개별 기관이 의결하거나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성과연봉제로 해당 기관의 임금총액이 감소하지 않는다오히려 근로자 다수가 수혜 대상이므로 불이익 변경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공기업 고위관계자는 모든 대화 채널을 닫아버린 노조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노조가 아예 대화를 거부하고 있기에 불이익 변경이 아닌 사안과 관련해서는 개별적인 직원 동의서로 노사합의를 갈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공기업에서 노조의 동의 대신 개별 직원들의 동의서을 받은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직원 동의서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근로기준법 제94조를 충족했다는 정부와 사측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판례에서는 노조의 동의를 자율에 의한 집단적 동의로 보고 있다사측이 개별적으로 받아낸 동의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형사고소도 병행

 

노측은 직원 동의서 징구가 강압적인 방식으로 이뤄져 불법행위는 물론 인권유린에 해당한다며 형사고소를 통해 사용자측을 압박했다.

 

지난 17일 금융노조 산하 산은지부는 이동걸 산은 회장과 부행장, 본부장, 지점장 등 180명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고발했다. “직원들을 한 명씩 부서장실로 불러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협박했다는 이유다.

 

캠코지부도 같은 혐의로 사측을 고발했다. 여타 공기업지부들 역시 형사고소를 준비 중이다.

 

형사고소는 다분히 사용자측을 압박하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지만 직원들의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행위 논란은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한정애 의원을 단장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단은 산은을 방문, 이 문제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산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직접 동영상을 통해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의 장점을 설명함에 따라 다들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며 결코 강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더민주 진상조사단의 조사에는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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