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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편법 하청’ 노동자, 또 승강기 추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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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10. 16.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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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의 한 공사 현장에서 지난 12일 승강기 설치 작업을 하던 40대 하청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가 수주한 작업이었다. 지난해 3월 이후 티센크루프의 작업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1년 반 동안 5명에 달한다. 승강기업계의 편법 하청구조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중대재해 동향보고를 보면, 전날 오전 8시쯤 평택의 한 건물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승강기를 설치하기 위해 승강로 내부 4(높이 12m)에서 작업발판용 비계를 설치하던 엄모씨(47)가 비계를 받치던 부분이 무너지면서 1층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노동부는 비계 설치 불량과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 미실시 등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건물의 주인은 건설업체에 전체 리모델링 공사 도급을 줬고, 업체는 철거·전기통신·소방·마감 등 공사를 나눠 분리 발주했다. 승강기 설치 공사는 승강기 제조업체인 티센크루프와 설치업체인 업체가 컨소시엄을 꾸려 맡았다. 하지만 티센크루프는 업체의 공사 물량이 많아 기간 안에 설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도중에 다른 업체와 구두계약을 맺었다. 엄씨가 속한 업체는 티센크루프와 연간 단기 계약을 맺고 승강기 설치 전 단계를 시공하는 업체였다.

 

엄씨의 죽음으로 지난 1년 반 사이 티센크루프의 작업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3월 경기 남양주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무빙워크를 정비하던 20대 노동자가 발판에 가슴이 끼여 숨졌고, 같은 해 10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 교체공사를 하던 50대 노동자가 25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3월에도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를 교체하던 30대 노동자 2명이 18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들은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승강기업계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가 잇따른 사고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승강기 설치 공사는 하도급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티센크루프 같은 대형 승강기 제조업체들은 지역 중소 설치업체들과 공동 수급방식으로 사업을 따낸다. 형식상으로는 티센크루프가 설치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려 공사 입찰에 참가하지만, 실제로는 티센크루프가 공사를 수주해 설치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협력업체가 설치와 유지보수 등 현장의 위험을 모두 떠안는 셈이다. 한정애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티센크루프가 지난해 약 65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남기며 2011년에 비해 10배 이상 성장하는 동안 직원 수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17% 남짓 증가한 것도 그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단가 후려치고 위험 전가승강기업계 편법 하청만연

 

티센크루프 하청 노동자 또 승강기 추락사

설치업체와 컨소시엄 만들어 수주 뒤 하청으로 공사 맡겨

설치·유지보수, 사고 책임도 떠넘겨업체 자체 조사 중

 

입찰 시 맺은 컨소시엄과 달리 단가가 낮은 설치업체로 중간에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아파트 사망사고 때도 티센크루프는 부산 지역의 하청업체가 낮은 기성금을 거부하자 경기 부천에 있는 하청업체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윤경환 노무사에 따르면, 승강기 제조업체와 설치업체 사이에는 불법파견 문제도 얽혀 있다. 윤 노무사는 제조업체가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업무 지휘·명령을 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근무관계는 파견관계로 보인다불법파견 판단을 받으면 직접고용 의무가 있기 때문에 티센크루프 같은 제조업체는 사고의 책임을 중소 설치업체 사업주에게 모두 떠넘기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강기 업계 하청업체들은 규모가 영세하고 근로시간도 길어 열악한 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인 공동계약 운용요령에 따르면 티센크루프와 설치업체는 발주처와 각각 계약을 맺고 공사대금도 각각 지급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티센크루프가 발주처에서 대금을 받아 설치업체에 지급했다. 승강기 제조업체 대부분은 발주처에서 공사비를 받아 60~70%만 설치업체에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 설치업체들은 티센크루프 같은 대형 승강기 업체의 공사를 따내기 위해 낮은 단가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티센크루프 하청업체 노동자의 잇단 죽음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티센크루프가 협력사와 체결한 승강기 설치·유지관리 공동도급계약은 원청 지위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불법 하도급이라며 위험한 설치·유지관리 업무를 외부공정으로 맡기는 등 위험의 외주화를 방조하고 있어 특별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양춘 티센크루프 대표는 설치 및 유지관리 업체의 구체적인 작업 내용과 안전 조치에 대해 티센크루프가 간섭·지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티센크루프 관계자는 엄씨의 죽음에 대해 "내부적으로 조사팀을 꾸려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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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편법 하청노동자, 또 승강기 추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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