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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슈퍼 태풍 왔던 날…죽을뻔한 '새끼냥' 구한 국회의원

의정활동/언론보도

by 의 원 실 2023. 7. 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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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 차에 들어가 있던 새끼 고양이 살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퇴근하면 손 씻는데도 빨리 만져달라고 '야옹야옹', 아무튼 되게 도도합니다"

 

 
 

 

동물권을 위한 법안도 많이 발의하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태풍'과 '새끼 고양이' 얘기가 나왔을 때, 2020년 가을이 떠올랐다.

 

동네를 걸을 때였다. 축 늘어진 새끼 고양이를 봤다. 숨은 쉬었으나 꼼짝도 안 했다. 저녁엔 접근하기 힘든, 우거진 수풀쪽에 옮겨져 있었다. 어미가 물어다 놓은듯 했다. 그날 밤엔 야속한 비가 세차게 내렸다. 다음날 아침, 경비원님 도움을 받아 수풀을 헤쳐 들어갔다. 비에 흠뻑 젖은 작은 존재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울면서 고이 보내주었다.

 

그러니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양이를 살렸단 얘길 꺼냈을 때, 그 장면이 만져지듯 떠오른 거였다. 살리지 못했던 죄책감을, 살려낸 누군가 이야기로 고요히 토닥였다.

 

결과가 '해피엔딩'인 이야기라 듣는 내내 흐뭇하게 웃었다. 동물을 좋아해 관련법을 많이 낸 이는, 고양이 얘길 할 때만큼은 '고양이 집사'다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여기선 한 의원의 고양이 얘기만 하려 한다. 이름은 '태풍이'다.


 

비 피하려고, 위험한 차에 들어가던 '작은 생명'

 

바라보았고, 바라본 걸 지나치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 그로 인해 작은 고양이와 평생 인연이 시작됐다.

형도 : 태풍 힌남노가 왔을 때면 지난해 9월쯤. 눈길이 닿은 곳에 고양이가 있었던 거군요.
정애 : 지역 사무실 앞이었어요. 새끼 고양이 하나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밑으로 들어가 보닛에 숨은 거지요. 그 순간에 딱 제 눈에 띄었고요.

형도 : 아이고, 운전자가 모르고 시동 걸어 출발하면 냥이가 죽을 수도 있는데요.
정애 : 비를 잔뜩 맞고 추우니까 몸 녹이겠다고 들어간 거예요. 그래서 차 운전자 분께 전화했어요. "안에 고양이가 들어갔어요. 시동 거시지 말아주세요." 그리 말했지요.

형도 : 그걸로도 일단 너무 다행이네요. 다음엔 어떻게 됐나요.
정애 : 새끼 고양이한테 밖으로 나오라고 했지요.

형도 : 순순히 나왔을까요?
정애 : 아뇨,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사무실에 포획틀이 있어서….

형도 : 포획틀을 가지고 계세요?(놀람)
정애 : 있습니다(웃음). 국회 고양이들을 한 번씩 중성화해주고 치료도 하거든요. 올해도 다섯 마리 했고요.


 

배고팠는지…사라지자마자 나온 '새끼 고양이'

 

형도 : 살리려는 바람대로, 고양이가 포획틀에 들어갔나요.
정애 : 제가 사라지자마자 바로 나온 거예요. 얼마나 배고팠던 걸까요. 다행히 포획틀로 들어가 잡혀줬지요.

형도 : 정말 다행이에요. 상태는 괜찮았나요.
정애 : 되게 말라서, 살이 너무 없다 그러더라고요. 영양 보충이 잘 안 돼서 꼬리도 좀 휘었고요. 병원에서 한 3일쯤 치료했어요. 처음 잡혔을 땐 아주 난리를 피웠지요. 그래도 손으로 만져주니까 '다르르릉' 했어요. 이름도 '태풍이'라고 지어줬습니다.

 

형도 : 혹시, 남자애인가요?
정애 : 하하, 여자애에요. 턱시도(블랙+화이트) 고양이고요. 양말을 좀 신었어요(발만 하얗다는 뜻).

형도 : 태풍이 치료해주신 뒤엔 어떻게 됐나요.
정애 : 처음엔 사무실에서 주로 생활했어요. 화분 안에 쏙 들어가 있고 그랬지요. 그런데 직원 하나가 고양이를 많이 무서워해서, 거기서는 지낼 수 없게 됐지요.


 

'수백 그램' 깡말랐던 새끼 고양이, 5킬로 늠름한 성묘로

 

태어난지 2개월밖에 안 된 새끼 고양이. 그러니 돌봄이 필요하고 사무실은 어려워졌기에, 한 의원은 난감해졌다. 별 수 없이 그의 남편을 설득해야 했다. 쉽지 않았다. 남편은 반려견 해피를 보낸 뒤 상실감에, 앞으론 절대 키우지 않는다고 했었기에.

형도 : 너무 힘들어서 다신 키우고 싶지 않은, 그 마음도 잘 알지요. 어떻게 하셨나요.
정애 : 며칠 동안 얘기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절대 안 돼" 그랬지요.

형도 : 역시나, 그래서 어찌 설득하셨나요.
정애 : "잠깐만 데리고 있는 거야, 임시보호 하는 거야"라고 했어요. 하하.

 

형도 : 그리고, 지금은 이미 정이 드셨겠고요(웃음).
정애 : 아우, 그럼요. 저는 태풍이라고 부르는데, 남편은 '양순이'라고 해요. 자꾸 야옹야옹 이러거든요. 얘가 말이 좀 많은 편이래요.


형도 : 잘 돌봐주신 덕분에, 지금은 잘 큰 거지요.
정애 : 처음엔 무서워서 나오지도 않더라고요. 이젠 낯도 안 가리고 저를 제일 좋아해요. 지금은 뭐, 도도합니다(웃음).

 

300장이 넘는다며 핸드폰을 뒤적이더니, 한 의원이 사진을 보여줬다.


형도 : 아, 너무 귀엽습니다.
정애 : 너무 예쁘죠. 이거 보십시오. 얼마나 거만한지 모릅니다(웃음). 멋있지 않습니까. "집사야, 뭐 좀 없니?", 그런 표정이지요. 재미 있습니다.

 

 

태풍이를 살려준 사람.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사람. 퇴근해 집에 오면 '아아아아아옹'하며 진심으로 반기는 존재. 손을 씻는 동안도 못 참아서 계속 야옹거릴만큼 좋아한다고. 비로소 앉으면 다리 위에 올라와 쓰다듬어 달라고 보챈다고.

 

그리 평생 서로에게 몸을 기대어도 좋은, 가족이 된 거였다.

 

"'내가 얼마나 살까'를 생각하면 그렇잖아요. 너무 어린 애를 키우면, 내가 먼저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 말이지요." 그런 염려를 한 적도 있었으나, 죽을뻔한 작은 존재가 집사를 선택했고, 그에게로 갔다. 그러니 걱정 같은 건 아무것도 아녔다. 그저 함께 사랑할뿐.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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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슈퍼 태풍 왔던 날…죽을뻔한 '새끼냥' 구한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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