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원으로 일하는 박신철(가명·58)씨는 이달 초 강원 영동지역을 휩쓴 산불 때 이틀 연속 집에 들어가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불과 싸웠다. 2008년 처음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은 지 11년째, 소속은 산림보호단 혹은 예찰방지단 등으로 바뀌는 동안 변하지 않은 게 있다. 근로계약 기간이다.

 

그는 그동안 매년 1월 중순부터 11월이나 12월 중순까지 10~11개월짜리 계약을 계속 갱신했다. 끊김 없이 일하고 싶었으나 산림청이 내민 근로계약서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박씨는 계약이 빈 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타기도 하고 타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수준이던 임금은 2016년부터 특수진화대원으로 일하면서 하루 10만원이 됐다. 하지만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노후가 불안하다고 말한다. 현행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해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한테는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가 11년을 일하고도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하는 까닭이다.

 

박씨는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재벌 회장들이 수백억원의 퇴직금을 받는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재벌 회장 퇴직금이야 언감생심이나, 근로계약 기간을 이유로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박씨는 이것밖에 할 줄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퇴직금이 없다고 하니 없는 줄 알고 일만 해왔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이상을 일하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지난 3월 통계청의 고용동향자료를 보면, 현재 근로계약 기간이 12개월 미만인 임시근로자는 4704천명이고 하루 단위로 일하는 일용근로자는 1384천여명이다. 여기에서 기간제 계약을 갱신해 실제 근로계약 기간이 1년이 넘는 노동자를 빼면 퇴직금 왕따600만명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씨 같은 이들에게도 퇴직금을 줄 수 있게 하는 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9,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6월에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모두 계약기간이 1년이 되지 않는 노동자에게도 퇴직금을 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사용자 쪽의 반대와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3월 임시국회 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맞서는 통에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박씨는 국가가 나 같은 사람의 이런 문제를 좀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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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1년째 특수진화대원일해도 퇴직금 한 푼도 못받는 사연

Posted by 김문경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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