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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구로의 등대` 불 끄니 창의력이 켜졌다

의정활동/언론보도

by jjeun 2017. 5. 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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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의 등대'가 꺼진 지 석 달 가까이 지났다. 계속되는 야근으로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아 이렇게 불렸던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213일부터 야근과 주말 근무를 없애고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넷마블 관계자는 "아직 실질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직원들 만족도는 무척 높아졌다"고 말했다.

 

개발자 최준영 씨(37)"출퇴근 시간이 일정해지면서 예전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한층 가벼워진 걸 느낀다""컨디션이 좋으니 근무시간에 집중도 잘되고 다양한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넷마블 외에 게임업계 '3'로 불리는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진작부터 직원들 야근을 최대한 줄이고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상당수 게임업계 근로자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다. 크런치 모드를 통해 휴일도 없이 수개월째 야근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산업 경쟁력이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게임업계 생존을 위해서라도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 게임사 임원은 "임금이 낮고 노동 강도가 강하다는 분위기가 유능한 인재들 유입을 막고 있다""미래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구로의 등대' 넷마블이 변화를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근무시간과 형태를 자유롭게 하는 유연근무제 도입 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2.8%가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 가장 큰 효과로 기업은 생산성 향상(92%, 복수 응답)과 이직률 감소(92%)를 꼽았고, 직원들은 일·가정 양립(96.7%), 직무 만족도 향상(96%) 등을 꼽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업계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들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모바일 게임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슈퍼셀 성공 스토리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슈퍼셀 개발자들도 야근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개발자가 즐겁지 않으면 고객도 즐겁지 않다"며 필요에 따라 스스로 야근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 게임업계와 다른 점이다. 슈퍼셀에는 2~10명 정도로 구성되는 수많은 셀 단위 조직이 가득하다. 모든 의사 결정은 셀 안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회사 경영진이 정한 데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크런치 모드를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일카 파나넨 슈퍼셀 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위에서 의사 결정이 이뤄지면 정작 개발자, 기획자들 주인의식은 사라지고 만다"며 셀 단위 자율적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중소 게임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3' 쏠림 현상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DMC미디어가 최근 발표한 모바일 게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 3사가 업계 상위 13개 기업 전체 매출 중 66를 차지했다.

 

DMC미디어는 "과거 온라인 PC게임 중심 대형 게임사들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독식 구조를 지속할 수 있다"고 염려하면서 중소 게임업체 육성책 마련 등 게임 시장 불균형을 해소하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창의력 없이 기계처럼 게임을 찍어 내니 개인 만족도는 물론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게임업계에 합리적 근로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상시 근로감독이 필요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표준계약서'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개발자들 입장이 반영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야 이런 불합리한 근로시간 문제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기관들과 협의해 업계 현실과 노동환경이 조화를 이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서동철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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