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오 장맛비가 내리는 서울 여의도 한강 여의나루 시민공원 선착장. 난데없이 나타난 북극곰 한 마리가 한강으로 뛰어들었다.

 

빙하로 뒤덮인 영하 40도의 언 땅에 있어야 할 북극곰이 왜 여름 한 가운데 있는 대한민국에 나타나 한강물에 몸을 담근걸까.

 

동물권 단체 케어(대표 박소연)가 이날 에버랜드에서 사육중인 북극곰 '통키'의 열악한 사육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

  

통키의 탈을 쓴 임영기 케어 사무국장은 "북극곰 통키를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강으로 뛰어들었고, 케어 활동가들은 '북극곰 통키는 살고 싶다!' 피켓을 펼쳐들었다.

 

에버랜드의 북극곰 사육 및 전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뉴스1> 2015624일 보도)

 

2년 전 비좁은 사육장과 열악한 환경 속에 살던 통키가 정신질환인 '정형행동'까지 보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에버랜드는 뒤늦게 북극곰 방사장 내 에어컨 설치, 외부 그늘막 확보, 수질 개선을 위한 풀장 펌프 설치,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확대 등 통키의 사육환경을 일부 개선했다.

 

그런데 2년의 시간이 흐른 뒤 케어 조사팀의 조사결과, 통키의 사육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상태였다.

 

지난 11일 케어 조사팀이 에버랜드를 방문, 조사한 통키의 사육장은 안내판이 철거된 채 사방이 두꺼운 가림막으로 가려져 관람이 중단된 상태였다.

 

케어 조사팀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통키는 30도가 넘는 한낮 폭염 속에서 물 한 방울 없는 방사장에 홀로 방치돼 있었다.

 

또한 통키는 폭염에 지친 듯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작은 대야 속 고인 빗물에 발을 담그려고 애쓰는 모습도 포착됐다.

 

케어에 따르면 에버랜드측은 여름철 통키가 시원한 내실에만 있어 관람이 불가능하다고 전시중단 이유를 설명했지만,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통키는 내실이 아닌 방사장에서 물을 찾아 서성이기만 할 뿐이었다.

 

한낮 기온이 34도를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진 지난 14일 케어의 2차 조사에서도 통키의 사육장 환경은 마찬가지였다. 통키 사육장의 물이 발목 깊이 정도로 채워져 있었지만 여전히 북극곰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고 케어측은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광저우의 한 쇼핑몰 아쿠아리움에 갇혀 살던 북극곰 '피자'가 빛도 공기도 부족한 곳에서 수천 명의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공개돼 전세계적으로 공분을 산 바 있다.

 

유민희 케어 정책팀장은 "극지방이 주서식지인 북극곰에게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물조차 제공하지 않은 에버랜드측의 처사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잔인한 동물학대"라고 말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현장을 방문했을 때 통키가 물을 찾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령인 통키가 최근 들어 건강이 굉장히 안좋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에버랜드는 새로운 북극곰의 전시를 더이상 하지 말고 통키의 사육환경을 더 많이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케어는 이 같은 내용의 서신을 옥중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내는 캠페인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통키의 동영상 봤는데 얼마전 핀란드의 한 동물원에서 여름에 동물들을 위해 인공 눈과 얼음을 넣어주는 모습과 교차됐다"면서 "에버랜드의 동물 전시 행태가 과연 동물원법을 제대로 지켜가며 이뤄지고 있는지 환경부를 통해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버랜드 관계자는 "통키가 생활하는데 최대한 불편함이 덜하도록 실내 기온을 실제 서식지 수준으로 냉방을 실시해 실내외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또한 동물복지를 위한 각종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실시, 청결한 풀 관리(2회 물교환) 등의 환경을 조성하고 있고, 여름철에는 고령인 점을 감안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관람객 대상 전시를 지양하는 등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단체에서 촬영한 영상의 경우 주 2회 깨끗한 물로 교환, 청소하는 과정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육되는 북극곰은 에버랜드의 '통키'와 대전 오월드의 '남극이' 2마리다.

 

통키의 나이는 올해 스물 두 살이다. 북극곰의 평균 수명이 20~25세인 점을 감안하면 고령인 셈이다. 북극곰은 먹이와 서식지 모두 바다에 의존해 생활하는 탓에 인공시설에서 사육하기 부적절한 대표적인 야생동물로 꼽힌다.

 

영하 40도까지 적응할 수 있는 북극곰이 영상 30도가 넘는 높은 온도와 습도를 견기기란 사실상 '형벌'에 가까운 고통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 동물원 등 해외 유명 동물원은 북극곰 전시를 중단한지 오래다.

 

영국, 스위스를 비롯해 지난 2006년 싱가포르 동물원도 전시중인 북극곰 '이누카'의 사후에는 더 이상 북극곰을 전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만사 린들리 영국 글라스고대 수의학과 교수는 "북극곰에게 열대성 온도는 엄청난 스트레스이며 높은 온도에 적응 하는 것이라기보다 그저 대처할 뿐"이라며 "동물원의 수조가 아무리 커도 북극곰에게 매우 열악한 시설일뿐 열대성 기후 속에서 북극곰의 동물복지는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적으로 북극곰의 복지 개선 기준은 캐나다 마니토바주의 북극곰 보호규정을 따르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북극곰 사육시 총 면적은 최소 마리당 500, 이중 북극곰사의 125는 반드시 흙, 지푸라기, 나무껍질 등으로 덮여 있어야 한다. 내실은 최소 75이고 곰 1마리 추가 시 25가 추가로 제공되어야 한다.

 

서식지는 최대한 야생과 가깝도록 디자인하고 곰이 야생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단조롭지 않은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북극곰사는 관람객으로부터 180도 이상의 뷰가 제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낮 동안에는 북극곰이 생활할 수 있는 플랫폼(Day Bed)과 콘크리트가 아닌 폭신한 바닥을 제공하고, 낮은 실내온도와 낮은 풀장의 온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밖에 북극곰이 수영, 쉬기, 걷기, 뛰기, 오르기, 사냥하기, 채집하기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환경을 구성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 기사 원문보기

[뉴스1] [영상] 세상에서 가장 슬픈 북극곰 '통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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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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