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의원은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의 실태를 통해 서비스업으로 확산되는 야간노동의 문제를 오마이뉴스와 시리즈로 기획하였습니다. 관련 인터뷰 기사가 5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어 소개해드립니다.
[오마이뉴스=최지용 기자] 한때는 새벽에 뭔가 먹고 싶어지면 대부분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을 떠올렸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관에 붙어있는 전단지만 봐도 24시간 또는 새벽 늦게까지 배달하는 곳이 많다. 언제든지 야식을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또 가까운 곳에서 밤새 문을 여는 패스트푸드점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건 곧 잠을 '잃은' 사람들이 더욱 많이 생겨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한정애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은 야간노동을 "몸에 시한폭탄을 장치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야간노동으로 인한 피해가 몸에 축적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연구위원 출신으로 노동자 근로조건과 안전 분야 전문가인 한 의원은 "야간노동을 줄여야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건강 때문"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앞세워 야간노동의 확대를 방치하는 것은 좋은 사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야간노동 문제 있는데 일자리 창출이라고 용인해야 하나?"
야간노동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주야간 맞교대를 실시하는 대공장에서는 야간노동의 부작용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았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야근무를 없애고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야간노동의 문제가 어느 정도는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업 분야는 그렇지 않다. 24시간 운영이 필요한 병원·소방·철도 등 기존의 공공서비스 분야가 아니다. 요식업을 중심으로 한 24시간 영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 의원과 <오마이뉴스>는 최근 24시간 패스트푸드점 증가 현황을 파악해 실제로 서비스업에서 야간노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관련기사 : 새벽 2시, 햄버거 먹고 싶나요?). 한 의원은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서비스업 야간노동의 실태를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한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야간노동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자리 창출이라면 무조건 용인돼야 하는지, 우선 이것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며 "야간노동이 이대로 더 가도 되는지, 일단 멈춰야 하는지, 아니면 뒤로 되돌려야 하는지 진단과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은 정확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현재는 서비스업 분야의 야간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한국 사회에서 야간노동의 문제가 서비스 분야로 확산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의원께서 직접 밤에 야식을 시키거나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해본 적 있나?
"집에서 조금 늦은 시각에 치킨 배달을 몇 번 시켜봤다. 치킨 배달은 보통 오후 11시 정도면 끝나더라. 24시간 패스트푸드 매장에는 딱 한 번 가봤다. 부산에 갔을 때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도저히 낮에 시간이 안 났다. 그래도 봐야 했기에 새벽 2시에 만났다. 딱히 술을 마실 것도 아니고 24시간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만났다. 2층으로 돼 있었는데 매니저로 보이는 한 사람하고 아르바이트생 1명이 일하더라.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때 일하는 분들의 모습이 몹시 피곤해 보였다."
노동구조의 악순환... "야간노동의 원인은 장시간 노동"
- 그동안 자동차 공장 등 제조공장과 병원 같은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주로 시행되던 야간노동이 서비스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은 사람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서비스업체들이 주간의 경쟁을 넘어서 야간에도 손님을 유치하겠다는 마케팅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다. 사실 야간영업으로 큰 이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운영비라도 나올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야간에도 발생하는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맛을 보게 하면서 주간에도 재방문을 발생시키려는 전략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에 있다. 보통 일을 마치고 나오면 오후 8시~9시다. 그때부터 사회 활동을 하려고 하니 그 시간에도 문을 연 곳을 찾아야 한다. 아마 갑작스럽게 24시간 영업이 생긴 것은 아닐 거다. 오후 10시까지 영업 하던 걸 11시까지 하고, 또 자정까지… 그러다 24시간 영업의 형태로 가게 된다.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이 야간노동을 또 유발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구조가 불 꺼지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 '불 꺼지지 않는 대한민국'이 과연 나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 될 수도 있겠다. 그동안 제조업에서는 야간노동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등에서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했다. 반면에 서비스산업 분야는 아직까지 야간노동 문제가 공론화 돼 있지도 않아 보인다. '불 꺼지지 않는 대한민국'이 왜 문제가 있다고 보나?
"서비스 산업 분야의 야간노동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은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상태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됐고, 서비스 분야에서는 야간버스를 운전하는 운수노동자들 정도가 사례로 제기 됐었다. 서비스 산업에 야간노동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데, 정확한 통계자료 하나 나와 있지 않다. 문제를 진단하기에 앞서 일단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야간노동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이다. 사회가 언젠가부터 건강의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경제 활동이라는 명분 아래 그냥 용인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낮에 활동하게 신체가 만들어져 있다. 야간노동을 줄여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야간노동을 제2발암물질이라고 이야기한다. 유해화학물질 문제가 발생하면 난리가 난다. 하지만 스스로 몸에 발암물질을 축적하는 상황에는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 하지만 야간노동도 하나의 '일자리'다. 최근 일자리 문제만큼 사회적으로 큰 이슈도 드물다. 야간노동을 줄이면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야간노동의 문제가 있는데, 정부나 정책을 입안하는 곳에서 그 문제가 만연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자리 창출이라면 무조건 용인돼야 하는지, 일단 이것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현 정부의 최대 목표가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야간노동을 늘려서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게 과연 좋은 것인가? 그 일자리가 과연 정부가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인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결국 더 좋은 사회로 가자는 건데, 야간노동이 늘어나는 게 과연 더 좋은 사회인지는 의문이다.
야간노동을 줄이는 건 야간노동만 막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1년 열두 달을 문 여는 게 자랑이 돼서는 안 된다. 많은 손님을 차지하겠다는 자본의 욕심을 그냥 두겠다는 것은 결국 거기에 국민을 혹사시키겠다는 말이다. 기업은 이윤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냥 두면 계속 간다. 정부가 적정한 선에서 정리하는 게 당연하다. 야간노동이 이대로 더 가도 되는지, 일단 멈춰야 하는지, 아니면 뒤로 되돌려야 하는지 진단과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야간 아르바이트생들도 건강검진 받아야 한다"
-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면 규제 법안을 만드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법적 조치에 대한 구상이 있나?
"우선 국정감사 기간에 고용노동부의 고민을 들어보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실태조사도 이뤄져 있지 않다는 거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자료제출을 요구하지만 대부분이 없다고 회신이 온다. 기본적으로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정한 협약이 있다. 당장 협약을 체결하지는 않더라도 협약 내용을 기본으로 제도적 보완을 해나갈 생각이다."
- 서비스 분야의 야간노동의 경우 또 하나의 특징이 임시직,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앞서 지적을 하기도 했다. 또 20대 청년층에서 많이 일한다.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는 곳이다. 야간이라 50% 할증이 붙는 것이지만 기본임금은 최저임금이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또는 주간에는 공부나 다른 활동을 또 해야 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많이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조건들이 청년들로 하여금 야간노동을 하게 내몰고 있다."
- 당장에 제도적 개선이 어렵다면 이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노동시간의 총량을 정했으면 좋겠다. 한 달에 몇 시간 이상 야간노동 할 수 없게 정하는 거다. 그리고 야간에 일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만족하는 수입이 될 수 있게 최저임금도 현실화하는 게 맞다. 낮에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4~5시간만 근무해도 충분한 소득이 되는 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되는 거다. 낮에도 괜찮은 일자리가 있다면 밤에 그렇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건강관리가 안 된다. 아르바이트가 많기 때문에 몇 달, 길어야 1년 정도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에 대한 건강관리를 전혀 해주지 않는다. 야간노동자들은 특수건강진단을 하도록 돼 있다.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층들에게도 건강검진을 시행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야간노동 규제할 수 없지만 기준과 원칙 확립돼야"
- 야간노동을 규제하는 해외 사례에도 관심이 간다. 앞선 기사(관련기사 : 한국 "돈 더 줄테니 밤새 일해라")에서 독일과 벨기에의 사례를 다뤘다. 우리가 더 참고할만한 사례가 더 있을까?
"최근에 프랑스 법원이 야간에 문을 여는 매장 영업시간에 못을 박았다. 명품을 파는 매장이었는데, 관광객이 많이 오니까 일요일에도 열고 밤늦게까지도 계속 영업을 했다. 그 매장이 새벽 1~2시까지 영업을 하면 인근에 있는 다른 매장들도 경쟁적으로 따라 가게 돼있다. 여기에 야간과 일요일 영업 금지 결정을 내렸다. 일요일은 쉬라고 있는 날이니까 쉬라는 거다. 또 야간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업종이라는 것이다.
그 시간에 장사를 하지 못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고객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오게 돼 있다. 아니면 가까운 곳, 지역에서 소비를 하게 된다. 프랑스 법원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모든 구성원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감안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그래야 한다. 모든 야간노동을 규제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기준과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 끝으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야간노동을 발암물질이라고 이야기했다. 의원께서 정의하는 야간노동은 무엇인가?
"인간의 몸에 시한폭탄을 장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간노동이 확대 될수록 그 시한폭탄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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