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판문점 견학, 통일부에선 ‘제한적’ 유엔사에선 ‘자율적’? “ 외교 무대로 활용하려 하나”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특별견학이 유엔사의 자의적 기준과 과도한 재량권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를 통한 유엔사 견학은 자유의집까지만 갈 수 있지만 유엔사 자체 주관 견학은 방문 인사에 따라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까지 갈 수 있다. 일각에선 유엔사가 판문점 견학 코스를 자신들의 영향력 과시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통일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통일부를 통해 신청받는 유엔사 주관 판문점 특별견학은 현재 ‘돌아오지 않는 다리 → 도끼만행사건 추모비 → 자유의 집’ 순으로 진행 중이다. 이중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도끼만행사건 추모비는 버스 안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자유의집은 남북 적십자사 간 연락 등을 하는 곳으로 옥상까지 개방된다.
반면 유엔사가 운영하는 판문점 견학은 파란색 단층 막사 건물인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T2) 안팎까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가 운영하는 SNS 등을 보면 지난해 5월 이후 유엔사 주관으로 판문점을 찾은 국내외 정관계·군 인사, 외교장관이나 외교관 등이 T2 안팎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다수 있다. T2는 군사분계선(MDL) 위에 있는 건물로 실내에서 남북을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2020년에는 통일부를 통한 일반 시민의 일반 견학 중 판문점 코스에도 T2 내부 방문이 포함돼 있었다.
1970년대 시작된 판문점 견학은 남북관계 등 정세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2020~2022년엔 일반 시민 4300여명이 판문점을 방문했는데, 2023년 7월 미군 병사가 판문점 견학 중 월북한 뒤 모든 견학이 중단됐다. 유엔사는 지난해 5월부터 특별견학만 재개했다.
판문점 특별견학은 군인은 대령 이상, 민간인은 고위공무원 이상이 속하는 귀빈만 신청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귀빈 요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유엔사 군정위 비서장이 인정하는 사람은 특별견학이 가능하다.
판문점은 DMZ 내 MDL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마주하는 곳으로 JSA로도 불린다. 현재 남측 지역 출입은 유엔사가 통제하고 있다. 유엔사가 자체 규정에 따라 판문점 견학 허가 대상, 방문 장소 등을 관리하면서 한국 정부를 통한 방문객은 방문 장소를 통제하는 등 과도한 재량권을 발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사는 지난해 7월 유흥식 추기경의 판문점·DMZ 방문 불허 결정을 내릴 때도 형식적 절차를 앞세웠다. 유엔사는 당시 “판문점 JSA 출입을 위한 기존의 절차와 일치하지 않았다”며 유 추기경 측이 신청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통일부는 견학일의 14일 전까지 견학신청서를 유엔사에 제출한다.
한 의원은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의 관리 권한이 한국의 영토주권보다 우선할 순 없다”며 “유엔사는 출입 기준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우리 정부도 국민의 판문점 방문 기회가 부당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작전 대비태세를 보장하기 위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방문 가능한 장소는 기존 관행에 따라 방문하는 주요 인사의 직위, 보안 상황 및 작전상 요구사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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