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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봄날의 국회 고양이들 잘 지내나요

의정활동/언론보도

by jjeun 2018. 4. 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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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국회에 내 집 마련한 지 1년 여

국회 고양이들의 안부를 물었다

길 위의 삶, 입법자들에게 알리는

이땅 길고양이들의 대변인


국회에는 내 집 마련한 고양이들이 있다. 이들이 집들이를 한 지도 어느새 1년 여가 지났다. 20171월 국회 내부 네 곳에 집을 설치하고 두번째 봄을 맞는 올해, 국회 고양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애니멀피플28, 국회 고양이들의 안부를 물으러 다녀왔다. ‘국회 캣맘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양이들을 대신해 애피와 만나 이 곳 고양이들의 소식을 전했다. 혹독했던 겨울을 어찌 보냈는지, 다가오는 봄에 대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들에게 물은 이유는 국회 고양이들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된 국회는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하다.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고양이를 돌보고 이들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 땅에 살아가는 셩명 모두를 위한 국가 정책이 나오리란 기대를 하게 한다. 그래서 국회 고양이 돌보미들은 이 곳 고양이들이 잘 살아야 길 위의 다른 고양이들도 할 말이 생긴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이 북적이지 않고, 괴롭히는 사람 또한 없지만 국회에는 넓은 면적 대비 고양이들이 많이 살지는 않는다. 대략 15마리의 길고양이들이 국회 당직자, 의원 보좌진,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국회 캣맘·캣대디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비교적 안전하게 밥을 먹을 수 있고, 작은 숲과 건물 그늘 등 지낼 곳이 많지만 이 곳에 고양이가 많지 않은 이유는 국회가 강과 대로로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양이들 사이에 밥을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란 소문이 났는지, 1년 사이에 종종 산 넘고 물 건너 이주하는 새 얼굴들이 보이기도 한단다. ”영등포 쪽과는 대로로 단절돼 있고 한쪽은 한강인데, 영등포 지역과 연결되는 아주 조그만 길이 있거든요. 좀 위험한 편인데 거길 통해서 넘어오는 애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한정애 의원이 말했다.


급식소는 네 개 구역으로 나눠 운영된다. 고양이들이 지내기 좋은 곳을 중심으로 하되, 큰 길을 포함하지 않도록 구획을 나눴다.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다니지 않는 국회 내부에서도 깊은 밤이나 새벽에 로드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회 캣맘·캣대디들은 구역을 정해두고 돌아가면서 밥과 물을 챙기고, 전염병이 도는 계절에는 구충제와 영양제 등을 챙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해프닝이 일어날 때도 있는데, 지난 가을에는 국회를 찾은 어느 시민이 고양이 밥에 곰팡이가 피었으니 관리 좀 잘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온 적도 있다. 곰팡이처럼 보인 것은 밥 위에 뿌려둔 영양제였다.


요즘 돌보미들은 봄을 앞두고 티앤알(TNR,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 준비로 마음이 바쁘다. 4~6월은 아깽이 대란이라고 할 정도로 고양이들이 많이 태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마리는 수술을 완료했고, 올해는 나머지 고양이들과 새로 유입된 고양이들 중성화 수술을 할 예정이다. 겨우내 구내염을 알았던 삼색 고양이 한 마리도 올봄에는 어떻게든 포획해 치료를 할 계획이다. “처음부터 국회서 밥 먹던 아인데, 얼마나 영리하고 빠른지 몇번을 포획하려다 실패했어요. 그래도 꿋꿋하게 밥 먹고 겨울을 무사히 났죠.” 한 의원이 휴대폰을 들어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 얼굴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제 급식소를 차린지 1년이 갓 넘었지만 1년 내내 얼굴을 보이는 아이들은 열 마리도 되지 않는다. 국회 고양이들의 사정도 이럴진대, 더 험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삶은 어떨까. 한 의원은 이에 이렇게 말했다. ”국회에서 잘해야 돼요. 국회의 고양이 급식소가 의미있는 이유는 이런 곳이 있어야 일선에서 활동하는 캣맘들도 할 말이 생길 거거든요. 국회에서도 고양이 집 짓고 밥 준다는데, 우리도 좀 맘 놓고 길고양이 챙겨주자, 이렇게요.”


이날 국회 고양이들에게 가장 인기많은 장소인 국회의사당 옆 급식소에서 한참 고양이들을 기다렸는데,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캣맘 한정애 의원은 “1년 여 밥을 주는데도 곁을 주는 고양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살기 위해 사람을 경계하고, 또한 살기 위해 사람 곁을 벗어날 수 없는 길고양이들에게도 언젠가 봄날이 올까.


·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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