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도 김포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졸음운전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할머니들을 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올 여름에도 졸음운전 때문에 7중 추돌 사고가 일어난 것 기억하실 겁니다. 이를 두고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우리 노동자의 48%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며 정부에 '근로시간 단축' 공약 실현을 촉구했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 실천과 실질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은 한정애(국회 환경노동위정춘숙(국회 여성가족위권미혁(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일생활균형재단이 함께 주최했다. 현장에서 안선영 WLB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등 토론자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 확립을 둘러싼 필요성과 그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직장인 69.8% "초과근무"미조직·비정규직 사각지대

 

일생활균형재단 산하 WLB 연구소가 발표한 '2017 직장인 일생활균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근로자 가운데 27.5%가 일주일에 한두 번 초과 근무를 했다. 한 달에 1~2회 초과 근무를 한 이들의 비율은 27.3%, 매일 초과 근무를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15%에 달했다.

 

제조업 종사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방의 사정은 어떨까. 올해 4월 기준으로 충청북도의 1인당 월간 근로시간은 181.1시간이다. 16개 시·도 중 2위다.

 

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부장이 도내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생산직 근로자의 37%, 사무직 근로자 가운데 29.7%가 회사 복리후생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반면 복리후생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생산직이 24.2%, 사무직이 30%에 불과했다. 성별로 구분하면 여성의 불만족 비율(36.2%)이 남성(31.5%)보다 높았다.

 

문재인 정부는 '쉼표 있는 삶'을 노동 정책의 중심에 세웠다. 지난달 18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이른바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의결했다. 주당 근로시간을 휴일을 포함해 52시간으로 명확히 못박는 한편, 매주 최대 12시간인 연장근로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 특례업종을 현행 26개에서 10개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이른바 '워라밸'의 범주와 대상을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포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령 배달앱 노동자처럼 회사에 고용된 것이 아닌, 용역계약을 맺고 회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생계를 잇는 근로자들의 경우 사회보장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소위 '호출형 근로'를 하는 노동자들은 호부호형 못하는 홍길동과 같아요. 나 스스로를 노동자로 전혀 규정하지 못하죠. 이들의 노동 권리를 논의하는 동시에 연장근로 특례업종을 혁파하는 노력을 추구해야 합니다."

 


시차출근제 빼고는 기업들 반응 '뜨뜻미지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을 고쳐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사용 범위를 늘리기로 한 것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일-생활 균형 정책의 특징이다. 종래 임신·육아의 경우에만 쓸 수 있던 것을 질병, 가사, 학업 등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게다. 하지만 기업의 제도 수용 단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청주상의 조사에 응답한 기업의 88.7%가 시간선택제·탄력근무제 등 유연 근로 제도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여성철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은 "제조업 현장에서 유연근무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는 300인 이상 대기업에 1인당 인건비를 월 60만원 지원하고,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는 80만원씩 주는 등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그나마 시차출근제(·퇴근 시간 조정)만 활성화됐을 뿐, 나머지 제도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고백했다.

 

지난 1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간을 줄여 주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체의 노동생산성이 2.1%나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20163월 대한상공회의소 의뢰로 컨설팅 회사 매킨지가 펴낸 직장문화 보고서 역시 비슷한 결과를 담았다. 노동시간이 과도하게 길어질수록 생산적 활동시간의 비중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기업은 냉담하다. 청주상의 조사를 살피면, 기업 관계자의 74%가 초과 근무를 줄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조사진흥부장은 "제조업 현장에서 초과 근무는 임금 보전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임금 체계 개편과 맞물러 가야 한다는 얘기다.

 

"잔업 특근이 없으면 임금 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어쩔 수 없이 초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업은 '초과 근무 수당' 등의 형태로 임금의 부족분을 채워넣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직무 재설계와 재배치에 어려움이 뒤따르고,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장시간 근로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죠. 결국 우리 임금 체계가 잘못돼 있다는 방증입니다."

 


주말 특근 나가는 게 '정상적'이라고?

 

법적 보장된 연차휴가를 모두 쓴 직장인은 전체의 31.7%(WLB연구소 조사)에 불과한 현실이다. '디졸브(야근한 뒤 몇 시간 선잠 자고 다시 출근하는 것)' '실적이 곧 임금' '직원을 갈아넣는다' 같은 섬뜩한 신조어가 통용된다. 토론자들은 장기적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둘러싼 사회 인식의 변화도 꾀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과제를 연구하면서 직장 근로자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한 기억을 떠올렸다. 어느 노동자에게 물었다. 일주일에 평균 몇 시간 일하냐고.

 

"업계 평균 수준이라, 그리 많이 일하진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수요일을 빼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출근하는 일상. '휴일 특근'을 명목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회사에 나간단다. 60시간 이상 일하는 게 '적당히 일하는 수준'이라니. 김 연구위원은 혀를 내둘렀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낮은 인지' 상태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성실하게 일해야 성공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사회 전반에 뿌리 내렸다는 게다.

 

"우리는 12년 동안 '개미와 베짱이' 동화를 연상케 하는 교육을 받아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워라밸'이라는 과일이 눈앞에 있어도 선택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맛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취해야 하는데도 말이죠. 권리에 대한 교육이 계속 이뤄져야 합니다. 이것은 나의 시간이고, 나의 권리라는 적극적인 개인의 선택이 뒤따라야 장시간 노동이 재생산되는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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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개미와 베짱이' 이데올로기... 갈 길 먼 '워라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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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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