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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단독] 삼성·LG전자 스마트폰 하청사업장 메탄올 중독 백서 발간..."법정 노출 기준 10배 달해"

의정활동/언론보도

by jjeun 2017. 3. 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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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3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실명 문제를 다뤄온 노동건강연대는 스마트폰 제조 하청사업장 메탄올 급성중독 직업병 환자군 추적조사백서를 발간했다.

 

15일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이 단체 이상윤 공동대표와 2명의 연구원, 노무법인 참터 노무사 1명은 2016 한국산업보건학회 연구비를 지원받아 백서를 작성했다. 연대는 지난달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130쪽 분량의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연대 관계자는 작년 초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하청공장에서 20대 청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실명하는 사건이 있었다메탄올 급성중독 피해자들 산재신청을 함께 하고 당사자와 가족들 면담을 통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밝혀진 실명 피해자는 3개 하청공장 총 6명으로, 모두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취직한 파견 노동자라며 “20~30대 청년 노동과 대기업 하청 노동, 파견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메탄올 급성중독 사건은 올해 한국 사회에 보내는 카나리아의 울음이라고 비판했다.

 

연대는 피해자들 면담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실명 이후 생활, 공장 노동, 사회보장제도 현실 등, 작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다 담지 못한 다양한 측면들을 정리했다.

 

백서는 1장 서론으로 연구의 배경 및 필요성’ ‘연구의 범위 및 내용’ ‘연구 방법’, 2장 피해 환자 사례조사 결과로 사건의 개요 및 경과’ ‘면접 조사 결과’, 3장 결론, 부록 ‘UN 기업과인권 워킹그룹 방한시 제출한 의견서’ ‘삼성전자, LG전자에 보낸 질의서와 답변서등으로 구성돼 있다.

 

백서는 “201512월부터 작년 2월 삼성전자, LG전자에 핸드폰 부품을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인 YN테크, BK테크, 덕용ENG에서 일하던 파견 노동자 5명에게 메탄올 중독에 의한 급성 시신경 손상, 독성 뇌병증 등 직업성 질환이 발생했다직업성 질환이 발병한 노동자들이 하던 업무는 CNC 공정으로, 핸드폰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가공품을 절삭해 가공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정에서는 알루미늄 절삭용액으로 메탄올을 사용했고, 가공된 알루미늄 제품에 남은 메탄올 제거를 위해 에어건을 이용하는데 이때 노동자들은 특별한 보안경, 보호장갑, 방진마스크 등을 착용하지 않고 일해 메탄올이 눈과 피부 등에 튀게 됐다는 것. 작업장 공기 중에 유증기 형태로 남은 메탄올을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기도 했다.

 

백서는 직업성 질환이 발생한 노동자들은 하루에 12시간 일하며 수시로 잔업을 했다며, 일이 바쁜 경우 한 달에 1번밖에 휴무를 갖지 못할 정도로 업무량이 과다했고 심한 경우 해당 공장에서 일한지 5~8일 만에 증상이 나타난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백서는 직업성 질환 발생 후 산업안전공단 부천지사에서 측정한 작업환경측정 결과 해당 사업장의 메틸알코올, 즉 메탄올이 법정 노출 기준 10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백서에 기록된 메탄올 중독 면접 대상자는 총 6명으로, 88년생인 여성 이모씨는 2015921일부터 작년 116일까지 YN테크라는 하청업체에 누리잡이라는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파견됐다가 쓰러졌다.

 

88년생 남성 박모씨는 201592일부터 작년 122일까지 누리잡을 통해 YN테크에서 일했으며 마지막 날 발병했다.

 

88년생 여성 송모씨는 작년 211~16일 하청업체 BK테크에 인력파견업체 드림아웃소싱을 통해 파견됐는데, 217일 저녁 쓰러졌다.

 

91년생 남성 김모씨는 20151222일부터 230일까지 하청업체 덕용ENG에 인력파견업체 세울솔루션을 통해 파견됐고 20151230일 저녁에 이상 증상을 발견했다.

 

88년생 남성 김모씨는 2015113일부터 22일까지 하청업체 덕용ENG에 플랜에이치알이라는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파견됐다가 마지막 날 쓰러졌다.

 

82년생 남성 최모씨는 2015911일부터 작년 116일까지 일하다 마지막 날 증상이 나타났는데, 대성컴퍼니라는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BK테크라는 하청업체에서 일했다.

 

피해자 작년 1월경, 몸살기운에 눈 침침하고 숨이 가빠져...하루 이틀 뒤에 시력 잃어

 

피해자들은 대부분은 작년 1월 중순경에 몸살기운과 눈 침침함을 느끼고 숨이 가빠졌다. 이런 증상이 발생한지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시력을 잃었다.

 

백서는 이 피해자들의 증언을 그대로 담아 생생하게 기록했다.

 

노동건강연대에서 발행한 스마트폰 제조 하청사업장 메탄올 급성중독 직업병 환자군 추적조사백서

 

20대 여성 송모씨는 출근하는 길에 버스번호와 간판이 안 보이고, 일하고 쉬는 시간에 속도 좀 매스껍고. 그날도 일했죠. 밥 먹고 일하고. 야간 일밖에 안 했으니까 그때 밥 먹고 새벽 2시인가 3시쯤인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몸도 힘들고 안 되겠다, 쉬어야겠다고 해서 관리자한테 몸 상태가 좀 안 좋다 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서 , 피곤해하고 바로 쓰러져서 잤어요. 그 다음에 기억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20대 여성 이모씨는 작년 115일 저녁 7시쯤 집에서 속 울렁거리고 토하고 머리 아프고. 일하는 시간이 저녁이라서 출근해야 하니까 출근했어요. 출근하고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과장님한테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병원 갔다 오겠습니다하고 병원 갔어요. 밤에 9시 출근했다가 930분에 바로. ‘잠깐 병원 갔다 오겠다하고 부천 대성병원에요. 위아래 하얗게 보이면서 중간만 보이다가 너무 안 좋아서, 그냥 몸살인 것 같다, 피검사 했는데 아무 이상 없다고, 수액 맞고 왔어요. 다시 일을 했어요. 어지럽고,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어요. 일 다 하고 아침 9시 집에 갔죠. 택시 타고 집에 가는데 너무 졸린 거예요. 자고 일어났는데 계속 안 보이는 거예요. 너무 피곤하다 생각을 해서 자고 일어났는데. 제 상태가 좀 이상하게 보였는지 병원 가야 할 것 같다고 시어머니가 남편한테 전화를 해서. 차에서 숨을 많이 헐떡거렸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면서 목이 마르더라고요라고 증언했다.

 

20대 남성 박모씨는 야간 근무하고 아침 9시에 퇴근했어요. 운전하고 집에 와서 머리가 좀 아프고 시야가 좁아지고. 바로 누웠어요. 일어나니까 안 보였어요. 밤에 택시 타고 대성병원 가니까 안과가 없대, 부천성모병원으로 갔을 때는 까만 물체가 오고, 다가오고. 검사하면서 아예 안 보였어요. 점점 안 보였어요. 하루 종일 검사를 받고 밤에 입원하게 됐어요. 그때까지 모른 거예요. 그날 밤 전화가 와서, 파견업체 이사가 전화가 와서 메탄올이라고 의사들한테 얘기하라고라고 밝혔다.

 

가장 어린 91년생 김모씨의 누나는 그냥 일하는 장소가 거기인 거를 모르니깐 본인이 자살시도를 한 줄 알고 그랬어요. 그런데 나중에 일하는 장소가 그곳인 줄 알고, 또 피해자가 나오고 하니깐. ‘같이 사는 집에 약병 마신 거 있냐고 물어보니까, 친구들이 회사에서 그런 걸 쓴다고 얘기해주고 저한테 사진 찍어 보내줬거든요, 이런 걸 쓴다고. 의사선생님이 보고 정확하게 알더라고요라고 전했다.

 

30대 초반 최모씨는 몸이 피곤해서 일찍 잤는데도 눈이 침침해서. 오전 11시인가 12시에 회사에서 몸도 춥고 도저히 안 돼서 집으로 와서 뻗었어요. 눈을 감았는데 눈이 안보이기 시작했어요. 동생이 병원에 데려갔어요. 길병원 응급실 갔다가 신경과로라고 강조했다.

 

20대 청년인 다른 김모씨는 몸은 감기 기운이 있었고요, 눈이 침침해져서 신호등을 건널 수가 없었어요. 눈에 안개 낀 것처럼. 차에 불빛이 없으면 확인이 안 될 정도로요.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숨이 잘 안 쉬어지더라고요. 감기가 심해지면 이런 것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집에 와서 자고 핸드폰을 보는데, 글씨가 안 보이더라고요. 하루를 잤는데도 차도가 없어요라고 호소했다.

 

그는 병원에 가서 눈이 안 보인다고 말했어요. 제가 어떤 일을 했는지 들어보더니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으니 3~4일 정도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성모병원에서는 수십 가지 검사를 해보니 이상이 없다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의사가 해외논문을 보고서 간질로 눈이 안 보일 수 있다고 하면서 신경과에 갔는데 이상이 없다고 나왔습니다. 시신경염이라고 85% 완치될 수 있다고 기다리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이 문제에 대해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1차 하청업체만 관리 대상으로 3차 하청업체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경영간섭으로 법으로 금지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업계 노동 문제를 다루는 한 활동가는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애플은 100% 하청으로 대만 등에서 제품을 만드는데 애플의 하청업체에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그래도 최소한 애플은 하청업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위험한 작업을 하청으로 전환하며 위험의 외주화라는 지칭이 가능한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CNC 공정에 안전한 에탄올을 사용할 수 있는데 값이 싸지만 위험한 메탄올을 사용하는 하청업체와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메탄올 프리선언을 하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그런 선언을 거부했다는 지적이었다.

 

손정호 기자 wilde18@ilyo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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